매일신문

21세기를 향해…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2)-글렌 페이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피의 역사'는 20세기에 막을 내릴 것인가.다가오는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던져진 중요한 화두는 바로 폭력과 살인이 없는 평화로운 신세계를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살인은 물론 죽음에 대한 위협조차 없는 사회. 이를 위해선 인명 살상에 필요한 무기가 개발되지않고, 살인을 위한 무기 사용을 정치적·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일도 벌어지면 안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어떤 이유에서든 현상 유지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폭력이 사용돼선 안되는것이다.

1955년 1월 26일, 맥아더 장군은 로스앤젤레스의 미 재향군인회 앞에서 역사에 남을 말을 남겼다."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과거의 방법과 해결책들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옷을 벗고 새로운 사상과 이상, 개념들을 가져야합니다"

위대한 노병 맥아더 장군은 이 세상에서 전쟁을 몰아내는 것이 더이상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과학적으로 현실성있는 일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지난 25년간 필자는 살상없는 사회가 실현 가능한지 국내외 단체들의 의견을 구하고 연구자료들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살상이 불가피하다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인간의 본성은 악한데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려는 경제 전쟁, 성(性)적 공격에 대한 방어 등의이유로 살상이 빚어진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보다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살상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며 경제적 희소성은 생산성 향상과 가장 중요한 동등한 분배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살인이성적 공격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0일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열린 세계 교육자들의 모임에서 필자는 2백75명의 참석자가 살인이 없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우 폭력적인 사회에 몸담고 있는 콜롬비아 노동자 46명중 60%가 넘는 30명이 살인없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대답했고 16명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필자는 살상없는 미래사회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대다수 인류가 살인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적 신앙도 살인을 금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이는 실제로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대과학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생물학적, 문화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살인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57개국이 사형제도를완전 폐지했고 26개국이 무기를 전혀 소지하지 않고 있다. 비폭력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종교,정치, 노동, 예술 등 각계 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우리는 많은 국가들의 역사에서 '비폭력 민족주의' 등 비폭력의 전통을 찾을 수 있다. 톨스토이,간디, 마틴 루터 킹 등 금세기 비폭력운동의 신화를 남긴 많은 선구자들이 자유와 정의, 평화와번영을 위한 비폭력운동이 가능함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97, 98년 암만의 요르단대학에서 열린 유엔 국제대학리더십아카데미에 참가한 전세계 2백여명의 젊은 지도자들은 간디를 가장 존경하는지도자로 손꼽았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는 살인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진정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20세기에는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들의 폭력 아래 고통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폭력이 난무했다.

이같은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이 폭력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만들 수 있도록 역사적인 기여를 해야한다. 가장 고통을 당한 사람이 이같은 고통을 유발한 사람을 누구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인과 폭력이 없는 21세기는 과연 가능할까? 물론이다. 핏빛 고통이 없는 평화로운 미래 세계를위해 한국인들이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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