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밋빛 경제전망에 빗나간 소비행태

최근 외환 보유고 증가, 주식시장 활황에 겹쳐 정부의 장밋빛 경제전망과 각종 내수진작책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가라앉았던 해외 여행 및 외제 자동차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고가의 외제품점에 다시 발길이 몰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내수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IMF사태를 불러온 거품경제와 외화유출의 재현을 가져오는 '빗나간 소비행태'라는 우려를 낳고 있으며,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걱정도 따르고 있다.

IMF 관리체제이후 급감하던 해외 여행객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늘고 있다. 대구시 중구ㄱ여행사 한 관계자는 "해외 여행객이 끊기다시피 했던 지난해 중반과 비교할 경우 최근들어 여행객이 4, 5배까지 많아졌다"며 "태국, 사이판, 괌 등 동남아 여행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지난해말부터 여행사마다 해외여행 문의전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천799건이던 대구시의 여권발급도 10월 3천339건, 11월 3천926건, 12월 4천476건으로갈수록 늘고 있다. 대구시 여권계 한 관계자는 "IMF 직후인 작년 1, 2월의 여권발급 건수는 1천500~1천600여건이었으나 최근엔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 때 매기가 끊겼던 고가의 외제차도 지난해 11월 이후 다시 늘기 시작, 대구시의 경우 IMF 이후 외제차 등록대수가 매월 2~12대씩 줄다가 지난해 11월에는 5대, 12월에 6대가 각각 늘었다.최근 바겐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은 지난해초의 세일 때보다 매출액이 10%이상 증가한 가운데 '버버리' '구찌' '발리' 등 고가 외제품 매출이 2~4배까지 폭증했다. 특히 한국진출 11년만에 첫세일을 하고 있는 버버리 매장 경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었으며, 1백만원이 넘는 일부 의류는 품절 사태마저 빚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않은채 주식시장 이상 과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도 상향조정 움직임 영향으로 일부에서 달러를 낭비하는 경향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지나않을까 걱정스럽다"고 경고했다.

〈柳承完·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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