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PC통신 '사이버 구걸' 늘어나

12일 오전 회사원 김모(42·대구시 북구 복현동)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로부터 불우이웃을돕겠다며 현금 3만원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려운 일을 당한 같은 반 학생에게 주는 성금이겠거니 생각했던 김씨. 그러나 자세한 사연을 듣고는 약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지난밤 PC 통신 대화방을 이용하던 김씨의 아들은 자신의 신분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사용자와대화를 했다. 이 사용자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앓아누웠으나 약값이 없어 곤란을 겪고있다'며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

김씨는 왠지 미덥지 않아 돈을 주지는 않았지만 정말 딱한 처지에 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고 말했다.

PC 통신 게시판이나 대화방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약자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은 많았지만 금전적 도움까지 요청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13일 천리안 여론광장에도 '사업가님 도와주세요'란 게시물이 등장했다. 자신을 대학입시생으로소개한 이 사용자는 '대학에 가려고 모아뒀던 돈을 부모님이 모두 탕진해버렸다'며 등록일 전에돈을 보내달라고 은행 계좌번호까지 기입했다.

경북대 김규원 교수(사회학과)는 IMF 시대가 낳은 신종 사회현상 이라며 진실인지 사기성을띤 내용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PC 통신의 익명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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