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극도의 혼란과 불안에 빠진 조국의 숨막힌현실을 소설로 고발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의 '납치일기'(전2권·민음사)는 90년 8월에서 이듬해 6월까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실제 일어난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사건전개와 등장인물은 모두 있는 그대로이다.
전직 기자로 영화진흥원 포시네 원장인 마루하 파촌 등 10명의 지도급 인사들이 90년 8월 에스코바르의 마약조직에 의해 차례로 납치됐다.
당시는 에스코바르가 정부에 투항하기 전. 그는 마약사범을 미국에 인도하는 국외 인도법이 추진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해 무차별 테러를 가하고 있을 때였다.
마르케스는 이 작품에서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불분명해진 상황에 절망했다. 에스코바르의 거짓이 신뢰받고 정부의 진실이 불신받는 가운데 폭력과 부정이 보란듯이 활개를 친 것이다. 하루 20여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흘에 한번꼴로 대량학살이 벌어지며 한달에 500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혼란에 대해 "행복해지는 데 국가법률이 가장 큰 걸림돌이고, 읽고 쓸 줄 아는 것은아무짝에 쓸모 없으며 범죄자가 더 안전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고 개탄했다.
193일간의 숨막히는 납치극을 증언한 이 소설은 마르케스 소설에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라고할 수 있다. 작가 자신도 "49년의 작가생활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다.이 작품은 또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벗어난 것이기도 해 주목된다.'문학은 저널리즘과의 사랑행위'라는 견해를 보인 그는 철저한 사실과 자료를 바탕삼아 르포 형식으로 작품을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마르케스에게 필화라는 업보를 안겼다. 정부에 비판적 힐난을 보낸 소설 속의 이야기때문에 그는 97년에 또다시 국외 망명길에 오르게 된 것. 마르케스는 50년대에도 군사정권의 비리를 폭로해 국외추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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