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내각제 연기 거론 배경·전망

청와대의 고위인사가 17일 내각제개헌 연기론을 공식적으로 처음 거론해서 여권내 청와대 및 국민회의측과 자민련측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측의 내각제개헌 연기주장의 배경은 IMF사태의 돌연발생으로 상황이 바뀌었고 중단없는구조조정 개혁을 하지않을 경우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고 있다.

물론 내각제개헌 약속은 지킬 것이며 그 시기는 당초 약속한 올해 말이 아니라 대통령임기 말쯤으로 연기하자는 게 발언의 골자다.

이 인사는 대통령을 면담하고 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고 18일에도 또 다시 이를 반복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추측된다.

청와대 고위인사가 연초들어 내각제개헌 연기론을 적극 펼친 것은 내각제개헌 공방을 방치할 경우 자칫 정국이 계속 불안해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정면돌파를 통해 조기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어차피 맞을 매라면 하루라도 빨리 맞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의도대로갈 지 아니면 오히려 내각제개헌 논란을 더욱 부채질할 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 두사람이 이에 대해 의견을 어느정도 나눴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현재까지 나온 얘기를 보면 김총리의 양해를 얻지는 않은 모습이다.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도 즉각"내각제개헌은 이미 국민사이에 믿음과 신의의 차원에서 받아 들여지고 있는 문제로 이것이 깨질 경우 국가경영에 엄청난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한 것만 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제 내각제개헌 여부는 김대통령의 실천의지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올해말 내각제개헌은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제 남은 것은 김총리의 향후 대응이다. 사실 현정권은 자민련의 도움없이는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그래서 공동정권의 공조체제 지속 여부가 주시의 대상이 된다. 또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는 17일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2원제를 제시, 역시 자민련내의 의견조율도 관심거리다.

이번 내각제개헌 연기론은 김대통령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 아니고 청와대 고위인사를 통해 간접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당장 양측간 전면적인 갈등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자민련측이 마냥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에 끌려 가지는 않을 듯하다.

왜냐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내각제개헌 시기를 연기하는 대가로 정부내에서 김총리의 위상 강화및 자민련 몫의 확대, 다음 총선때나 총선이후 자민련의 지분 확충 등 좀 더 많은 선물을 받아내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측은 올해 자민련측에 공동정권에서의 소외를 달래기 위해 더 많은 역할을 제시할 것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김대통령과 김총리의 담판이 주목된다.

어쨌든 이번 청와대고위인사의 내각제개헌 연기발언으로 청와대 및 국민회의측과 자민련측의 힘겨루기는 이제 시작한 인상이고 국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심리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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