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청년기에 일본에서 주경야독하셨던 분이다. 고된 노동후의 야간수업은 목욕을 필요로했으며 귀국후까지 그 습관은 이어졌다. 하지만 완고하신 분이라 우리 형제들을 데리고 목욕탕을간 적은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
당시에는 대중탕이 그리 흔하지도 않았고, 형편도 어려운 시절이라 명절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서의 간단한 목욕물 정도가 고작이었다. 우리 역시 시간을 목욕탕에서 보내는 것도 흥미가 없는일이었다.
몇 년간의 외지 생활을 청산하고 대구로 이사왔을 무렵, 친구 사귀기에 바쁜 아이들은 주말이면거의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아이들 버릇도 고칠 겸하여 '목욕'이라는 묘안을 찾아냈고곧 실행에 옮겼다.
일요일 오후 4시라는 목욕시간을 정하니 아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이들의 투정을 받느라상당기간 아내가 마음고생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일요일 오후를 자식들과 함께 한지도 십여 년, 큰 아이는 이제 성년이 되었지만 목욕시간 만큼은꼬박꼬박 챙긴다. 작은놈은 제법 친구들까지 데려와, 때론 대식구가 되어 동네 대중탕은 우리가무시 못할 고객이 되었다.
성장하면서 목욕탕에서 아이들은 면도하는 법을 배웠고 주위 어른들 등을 밀어주는 예절, 서로를씻어주는 협동과 스스로 깨끗이 하는 자기 관리법을 익힌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지만, 대중탕에서의 부자간 소박한 정 나누기는 일요일 저녁시간의 가족관계뿐 아니라 다음주의 시작에도 귀중한밑받침이 되어 왔던 것 같다.
만년에 피부병으로 고통스런 일과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목욕 습관, 외지 생활로 인해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너희 아버지는 젊어서부터 목욕으로 살았어'팔순에가까운 어머니의 불만 섞인 푸념이다. 아내는 나중에 무어라 할까. 자식들만이 알 일이다. 박송훈〈강남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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