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어협 실무협상결렬 日 근해조업 불가능

22일 새 한· 일 어업협정이 발효되자 경북 동해안 지역 어민들은 조업 구역 축소로 생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조업 구역을 완전히 잃게 됐습니다. 일본측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면 우리 어민들은 어디서 고기를 잡나요"

신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된 22일. 더구나 양국간 세부협상마저 결렬돼 일본측 배타적 경제수역(EEZ)내 조업이 불가능해지자 이날 동해안은 혼란과 충격을 받았다.

일본 근해에 조업 중인 선박들은 이날 오후부터 그물을 거둬야만 했다. 항해 중인 어민들은 국내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행여 일본측에 나포되지나 않을까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선원 가족들은 23일 오전 수협과 선박 사무실 등에 나와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

수협 관계자들은 "우리 선박들이 EEZ 밖으로 철수해 안전한 상태지만 이미 쳐 놓은 그물을 거두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징어채낚기 선주 최태윤(60.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씨는 "오징어 황금어장인 대화퇴어장의 절반이상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어획량이 절반 이상 줄 것"이라고 했다.동해안의 대게잡이도 어렵게 됐다. 영덕대게, 울진대게, 구룡포대게로 불리는 대게의 90%이상은일본 오키군도에서 잡은 것들. 일본측은 재협상을 해도 자신들의 EEZ내인 오키군도 근해에서 우리측의 대게 자망 어업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룡포.감포.영덕.울진 등 경북 동해안 항구 소속 대게 자망 어선들은 모두 70여척으로 전국 대게어획고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로(38.선장.영덕군 강구면)씨는 "최근 대게 잡이 그물을 샀는데 허사가 됐다"며 "EEZ내 조업을 못하면 어민 피해가 커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게 집산지로 소문난 영덕군 강구항과 축산항은 벌써 상권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식당 주인 이모(47)씨는 "대게를 찾는 외지 손님들이 크게 늘어 장사가 좀 되는가 싶었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영덕군 출신 최영욱 도의원은 "일본 근해에서 대게 조업을 못하면 영덕, 울진, 포항 등 동해안 어민들의 손실이 엄청날 것"이라며 정부 보상책을 요구했다.

경북지역 경우 5개 시.군의 선박 4천870여척 중 근해.원양어업을 하는 20t이상의 선박 360여척이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이날 협상 발효에 따라 구룡포, 감포 등 경북 동해안 선적 대게잡이 어선 20여척을 비롯해 일본근해에 조업 중인 우리나라 선박 340여척에 대해 긴급 철수 지시를 내렸다.

한편 65년 체결된 한.일 어업협정을 대체하는 새 협정이 22일 발효됐으나 한.일 양국의 일본 EEZ내 저자망 이용 대게잡이 허용 등 협정내용을 구체화하는 실무 협상은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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