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은씨가 시집 '머나먼 길'(문학사상사 펴냄)을 냈다. 이 시집에는 '백야1·2'와 '순애보1·2' 등 장시를 중심으로 모두 14편이 실렸다.
이들 장시는 고씨가 94년부터 95년까지 14회에 걸쳐 '멀고 먼 길'이라는 제목으로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에 연재했던 것. 이번 시집에서 작품 내용을 일부 바꿔 새롭게 엮었다.고씨는 모천회귀의 대명사인 연어에서 시적 모티브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연어는 모천회귀가 아니라 거꾸로 모천이탈을 꾀하고 있다. 그는 연어를 회귀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시 속에서는 화자가 곧 연어이고, 연어가 곧 화자이다. 즉 어설픈 의인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연어와 인간의 구별을 없애버린 것이다.
고씨는 한반도 동해안 하천에서 태어난 연어가 북태평양에서 다시 모천으로 돌아온다는 단순한사실에서 벗어나 연어를 더욱 드넓은 세계로 진출시킨다. 귀소본능을 부정하고 외부모험을 이끌어냄으로써 민족의 뜨거운 기상을 일깨우고자 한다.
'그리하여 나는 남대천을 다했다 / 어느덧 내 고향은 /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직 있는 것은 /검푸른 현재일뿐 / 옴 // 과거로부터 뛰쳐나가라 / 과거는 / 너를 끝까지 갇힌 굴레로 만들 것이다 / 네 상처투성이의 자유란 / 현재에만 있다 /자유란 꿈꾸는 일도 포기한다 / 그것은 과거도 아니지만 과거의 흔적도 아니다'('떠나자 취한 영혼아'에서)
고씨가 시에서 암시하고자 하는 바는 보수와 안정, 인습, 기득권, 낡은 규범 등의 탈피이다. 그는이를 '위험의 대열'이라며 경계한다. 편안할 것만 같은 회귀를 떨쳐버리고 웅혼한 뜻의 미래를 활짝 열자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과 민족문제의 존속을 고립이 아닌 다른 문화와의 융합적 연대로풀어나가자는 것이다.
이번 시집은 그가 미국행을 앞두고 낸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고씨는 27일 출국해 하버드대학과 버클리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연구활동과 강연을 할 예정. 그의 행로가 마치 시 속에 나오는 연어를 닮아 또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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