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전자 변형농산물 수입 득인가, 실인가

미국에서 개발된 유전자 변형 콩이 국내에 본격 유통되면서 유전자 변형농산물의 유해성 여부를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FDA(식품의약품국)를 비롯한 미국내 공인기관들의 '안전' 주장에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검증되지않은 사실이라며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콩 수입 의존도가 80~90%인 우리나라는 국민들은 유전자 변형 콩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수입 콩 중 20~30%가 유전자 변형 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콩의 실체, 쟁점, 대책 등을 알아본다.

▨인체 유해성 여부

세계 최대 콩 생산국인 미국은 FDA(식품의약품국), USDA(농무성), EPA(환경보호국) 등을 통해엄격한 시험과 검증을 거쳐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년동안 유전자 연구를 통해 상품화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수산물유통공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에 문의한 결과 유해 가능성은사실상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생명공학연구소 측은 가공시 유전자 변형성분이 소멸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안전성 문제를 우선 거론한다. 유전자변형은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시켜 인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또 변형 농산물은 항생제 저항성이 높아 저항 유전자가 사람의 몸, 가축의 장, 미생물에게 전달돼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새로운 독성균을 생성시킨다고 강조한다. 대장균, O-157, 이질 등과같은 균이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것도 유전자 조작과 무관하지 않다는게 이들 단체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밖에도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독성, 영양가 감소, 생태계 파괴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설명한다.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마용운씨는 "미국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해 유해하다는 어떤 증거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무해하다는 어떤 증거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 동향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 문제보다 유전자 변형인지 아닌지를 알고 먹자는 것으로 논란의 초점이 바뀌는 게 최근 국제사회의 추세다. 콩, 옥수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 소속 15개국과 일본은작년부터 소비자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의미에서 유전자 변형 여부를 표시하도록 자국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이 문제를 올 하반기 WTO 각료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이집트는 지난해 자국내 유전자변형 농산물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미국의압력을 받아 중도 철회하는 일도 생겼다. 유전자 변형식품의 잠재적 유해성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수출국을 제외한 유럽, 아시아 대다수 국가가 수출시 반드시 '변형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일반 농산물과 유전자 변형농산물이 구분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어 콩 수입국들이 이를 요구하더라도 실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콩 대량 생산지인 미시시피강 유역에서 수확한 콩을 모을 때 유전자 변형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대형통(벌크)에 담아해외로 수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입국들의 요구에 미국이 반발하는 것은 유전자 변형 표시가 될 경우 상품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유해에 대한 증거도 없지만 무해에 대한 증거또한 없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자신있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대책

정부가 최근 수입되는 콩, 옥수수 등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해 변형 여부를 표시하도록 관련법개정을 추진하면서도 대다수 가공식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이들 농산물에 대해서는 뚜렷한 표시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국민 불신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농수산물품질관리법을 개정할 당시 수입 업자에게 변형 여부 표시를 의무화할 경우 미국의 여건과 관계없이 국내에 유통되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구분이 손쉬울 것이고했다. 하지만 수입 농산물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을 뿐 실제로 대부분의 유전자변형 콩과 옥수수가 쓰이는 식용유, 간장, 된장, 과자, 두부 등 주요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표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는 7월부터 소비자는 변형 농산물 원료를 구분할 수는 있어도 시중에 팔리는 가공식품의 유전자 변형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산 콩과 옥수수 자급율이 각각 8.6%,0.9%에 불과한 실정에서 아무리 명확한 표시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콩과 옥수수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유전자 조작을 거친 농산물을 먹지 않을수 없는 실정이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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