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8일 지역 직물 및 염색업계 대표들은 오랫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문희갑 대구시장이 직물과염색업계의 대립과 반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업계 대표들을 모은 것이다. 문시장 입장에선 직물과 염색업계의 반목은 큰 골칫거리였다. 두 업계가 밀라노 프로젝트의 사업을 따내기위해 경쟁적으로 로비에 나서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던 것. 이 때문에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직물 및 염색업계의 대립은 사실 업계 일반의 보편적 정서가 아니라 단체장들의 반목에 기인한것이다. 때문에 두 업계의 화합을 위해선 단체및 조합의 통폐합과 단체장들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역 섬유업계에서 최근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시장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문시장은 지난 18일 업계 대표모임에 이어 25일 중견 직물업계 대표모임에서도 섬유단체 및 조합의통폐합과 세대교체를 역설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들은 자리에 연연하고 있다. 섬유개발연구원 권성기 이사장은 섬유개발연구원의 전신인 섬유기술진흥원때부터 6년째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직물과 염색업계의 갈등이 유발된것도 지난 96년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직을 놓고 양 업계가 격돌을 벌인 때문이다. 물론 권이사장만이 아니고 염색업계도 함정웅 염색기술연구소 이사장을 주축으로 직물업계를 배척하고 있다.함이사장은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 선거때 직물편에 섰던 김해수 염색조합이사장을 염색기술연구소 이사진에 포함시키지 않고있다.
섬유단체 통폐합과 단체장 교체요구는 이들의 반목만이 이유가 아니다. 업종간의 알력뿐 아니라해당 단체와 조합의 내부 통합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기 이사장의 경우 직물업계 내부에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권이사장은 행사가 있을때만 나올뿐 섬유개발연구원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있다.
또 권이사장은 섬유개발연구원이 사업주체인 신제품개발 지원센터의 민자조달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이사회 및 추진위원 연석회의에서 신제품개발 지원센터의 사업계획이 이사진과 추진위원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연구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 때문에 섬유개발연구원 이사들조차 권이사장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권이사장은 '대안 부재론'을 내세우며 연임을 장담하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에 대해서도 지역 섬유업계는 불만이 많다. 지난해 9월 산자부가 밀라노 프로젝트를 확정, 발표한 뒤 이와 관련 지금까지 이사회조차 제대로 열지 않았다. 직물.염색업계를아우르는 조직인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가 제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용관 회장은 "언제든지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물러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협회 기능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구.경북 견직물조합과 직물조합은 최근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통합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하영태 이사장과 이효균 이사장은 지난연말 송년 이사회에서 양 조합의 합병추진 의사를 밝힌 뒤합병 추진위원까지 선임했다. 외부 회계감사 기관에 의뢰, 자산실사를 벌인 뒤 합병할 방침이다.그러나 견직물조합측은 직물조합의 부채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면 합병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염색기술연구소는 함정웅이사장을 중심으로 비교적 잘 뭉쳐있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여러 사업에대한 민자출연도 순조롭다. 하지만 함이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각 사업에 대한 검증장치가 없다고업계 일부에선 주장한다.
만에 하나 사업추진이 잘못됐을 경우 시행착오의 부작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또 직물업계와의 불화를 함이사장이 적극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염색기술연구소는최근 섬유개발연구원 및 패션조합측과 업무협약 체결을 추진하는 등 화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섬유개발연구원과는 워낙 불신의 골이 깊어 협약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는 내부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대구패션조합은 임기 1년인 초대 조합이사장을 제외하곤지금까지 3년 임기를 채운 이사장이 없다. 현 권순원 이사장도 서건웅 전 이사장이 도중하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권이사장은 영세조합인 패션조합의 부채를 거의 청산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패션업체와 부자재 업체가 뒤섞여 말많고 탈많은 패션조합인 탓에 이사장 연임을 욕심내지 않고있다.
패션조합측과 패션.디자인개발 지원센터 역시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업무협조는 커녕 반목하고있는 인상이 역력하다. 패션업계측은 임창곤 패션.디자인개발 지원센터 소장이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백안시하고 있다. 임창곤 소장은 이와 관련 "패션업계가 패션.디자인개발 지원센터를 적극 이용해야하지 않느냐"며 패션업계의 시각을 일축했다. 반면 패션업계는 "이용할 가치가 있어야 이용하지 않느냐"며 임소장측을 폄하하고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선 업계 내부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업종간의 긴밀한협조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 섬유업계는 업종내부는 물론 업종간에도 자존심 다툼으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최근 섬유업계 내부에서 단체.조합의 통폐합과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인물에 대한 갈망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섬유업계의 중지가 필요한 때다.〈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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