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장님은 94년 2월 '한국전자통신'을 설립하시고 18개월간 7억6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셨네요.신용카드로 결제된 매출액만 그렇습니다"
27일 남대구세무서를 찾아간 목욕탕청소부 오부길(55.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난생 처음 듣는 '사장님' 소리에 기가 막혔다. '억', '매출'이란 말도 황당하기만 했다.
오씨가 세무서에 처음 간 것은 지난 95년. 당시 2천만원이나 되는 부가세 고지서가 나와 놀란 오씨가 세무서를 찾아 항의하자 담당직원은 "착오가 생긴 것 같다, 고지서를 찢어버려라"는 말로 오씨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그뒤로도 총7천500여만원이나 되는 소득세고지서가 더 발부됐고 8차례나 세무서를 찾아간 오씨는 매번 같은 소리만 듣고 돌아왔다.
'이젠 됐겠지'하고 안도했던 오씨. 그러나 지난 25일 느닷없이 구청으로부터 '고소득에 대한 주민세' 320만원을 내라는 통보가 왔다. 세금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오씨는 그동안 누군가가 자신의 명의를 도용, 회사를 차려 돈을 벌고 탈세까지 한 뒤 달아났다는 자초지종을 5년만인 27일에야 알게 됐다.
"나한테 세금을 뒤집어씌운 사람보다 그동안 한번도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세무서가더 밉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경찰에 신고라도 했을 것 아닙니까" 오씨는 끝내 분을 삭이지 못했다.
당시 오씨의 세금문제를 담당했던 세무서 간부는 세무서측의 이런 과실을 시인했지만 이미 부과된 세금은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명의를 도용당한 것은 오씨의 책임이고, 신용카드전표가있는 한 정당한 과세이므로 더이상 오씨를 도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월급 80만원, 세 식구를 거느린 목욕탕 청소부 오씨는 당장 사흘 앞으로 닥친 주민세 납부기한을앞두고 또 얼마나 세무서를 들락거리며 맘을 졸여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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