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정부는 뭘 하고 있었나

한.일 신어업협정이 발효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흡사 불난 집마냥 허둥대는 꼴이다. 새어업협정이 타결됐을 때 어민들이 정부의 계획과 지도에만 따른다면 크게 걱정을 않아도 될줄 알았지만 신협정이 발효된 23일부터의 상황은 그게아니었다.

신협정에 따른 조업조건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 조업하던 우리어선들이 미처 어망등 어구를 챙길 겨를도 없이 배만 빠져나왔는가하면 일부 어선들은 일본의 해경감시선에 나포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했다.

한.일 어업협정타결에서 해양수산부는 일본보다 우리쪽에 유리하게 협상된 것으로 강변했고 이협정으로 피해를 입게될 어민들을 위해 어민지원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도 밝힌 바 있어 사태가이 지경으로까지 심각해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대비 없는 어업협정

새 어업협정은 독도영유권훼손문제, 어민피해문제, 어장양보문제, 일본 배타적수역내의 조업시한양보문제 등으로 한.일간의 타결이후 계속 국회안팎의 논란과 어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충분한 토의없이 여당단독국회에서 이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함으로써 처음부터 잘못된출발을 한 것이다.

독도문제는 어업협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외교부의 설명을 일단 받아들이더라도 어장과 조업에 관련된 문제점만해도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지난해 9월에 타결된 어업협정이 국회비준까지 받았는데도 협정발효를 불과 열흘 앞두고 어민들이 알아야할 세부지침을 일선 수협에 통고해 어민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해양수산부가 질책받을 일이다. 일본근해에 쳐놓은 거물을 걷는데만도 보름이 걸린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출발

특히 이 세부지침이 밝혀지면서 이미 발표된 내용보다 실제 어로(漁撈)구역이 더 축소돼 있다는어민들의 주장은 어업협정 비준전에 구체적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더 큰 반발을 살 것을 우려해고의로 늑장 통보했다는 의심을 받을만하다.

당초 양국간에 합의됐던 연안 35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 전체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주요어장 대부분을 일본이 차지하도록 일방적으로 적용됐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예컨대 일본 오키군도동쪽 일본연안의 경우 연안35해리를 기점으로한 동경135도30분 동쪽경계까지를 구역으로 하지않고 직선기선을 적용해 조업구역이 좁아져 있다는 것이다.

또 새 협정의 발효로 해상경비구역이 대폭 확대됐지만 해경장비가 열악해 우리어선보호와 우리구역에 대한 경비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우수한 일본해상보안청 감시선의 우리 어선나포에도 속수무책이다.

어장상실에 따른 어업구조조정과 관련 어선감척사업을 추진하고있으나 예산확보조차 제대로 못해어민들의 감척요구를 절반도 들어주지 못하는 상태다. 정부가 새 협정발효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 수 없다.

■주요어장 일본 차지

이런 사태로 어민들과 어민단체의 이유있는 불만이 폭발하니까 어민들에대한 기민한 피해대책 마련에 앞서 정치권의 지역민심잡기 경쟁부터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서글프기 짝이 없다. 더욱이 급조된 여권의 당정(黨政)합동조사단이 현지어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뒤늦게 피해상황 파악에 나선것은 어이없이 허둥대는 모습인 것이다.

우리가 해양국가로 나서야 한다는 국민의 절대적 여망속에 다른 나라에는 보기 더문 해양수산부를 신설했고 현정부출범직후의 정부조직개편 때도 이 부서의 폐지론이 우세했으나 국민의 여론에따라 존속해온 것이다. 어민들의 낙담과 절망을 보며 해양수산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왜 존속돼야하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국회는 뒷북만 쳐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심한생각이 든다.

한.일간의 어업문제는 단순히 어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손만대의 국익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재협상을 하든 아니면 다른 방안을 강구하든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진지하게 합의를 끌어내야한다. 해양수산부와 외교통상부도 상층부를 의식한 점수따기용 홍보나 자기변명만 늘어놓지말고 어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는 자세로 피해대책에 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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