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를 향해...(6)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 후 생명체들이 진화를 통해 그 종과 전체 생명계를 발전시켜간다는 학설은 가장 설득력있는 자연과학법칙으로 또 가장 적극적인 사회운영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유물론과 기계론적 환원주의는 과학발전에 공헌함으로써 인간의 꿈들을 실현해왔다.그 한 줄기속에 성장한 현대의학은 인간 수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줄이는데 공헌했다. 사람들은이러한 현대과학과 의학의 개가에 대해 인간 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성원했다.

1960년대말 떼야르 드 샤르땡이 인류에게 신의 영역까지 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던 것처럼 21세기를맞이하는 마당에서 생명공학은 인간 진화의 획기적 방법이자 인간구원의 방법으로 또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승리의 산물로까지 화려하게 각광받고 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발견한 이래 급진전한 생명원천에 관한 연구들은 이제2005년 인간 유전자(genom) 지도의 완성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전공학은 세균과 식물의유전자가 조합된 농산물의 판로를 열었으며, 식물과 동물의 유전자 조합에도 성공했다.최근 부상하고 있는 유전자치료는 조만간 수많은 불치병을 치료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유전질환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뇨, 류머티스, 비만 등 많은 난치병이나 암까지도 극복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죽음 직전의 환자를 장기이식으로 살리는 의술이 보편화된 마당에 인간장기를 배양할 가능성도제시됐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의문시되던 체세포 복제기술은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성공을 거두며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는 흥분과 우려를 표명하며 인간복제에 관한 찬반 논의에 휩싸였다.

출산보조기술, 생명연장술, 냉동보존, 냉동치료, 장기이식, 인간배아연구, 휴먼게놈 프로젝트, 유전자치료, 유전자테스트, 태아조직 이식, 인공자궁, 인간복제 등으로 이어지는 분자생물학과 생명공학의 발전은 '파격적인' 인간승리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타고 이미 선진 각국들은 고부가가치를 지니는 생명공학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966년 생명공학의 세계시장 규모는 216억불에 달했으며 2005년에는 3천50억불로 증가될 것으로예측된다. 국내 생명공학의 시장규모도 1989년 200억원 규모에서 1993년 1천7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2005년에는 약 14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생명공학은 이제 연구실을 떠나 고부가가치 시장을 겨냥하는 국가 전략산업과 거대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한 첨단산업으로 정착돼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방법론은 양면성을 가진다. 그리고 그 방법론이 궁극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가까울수록 양면성의 문제는 그 깊이를 더해간다. 19세기 최대의 발명으로 알려진 다이너마이트는 대량살상무기로 둔갑했고, 에너지 고갈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핵에너지는 원전이 이용되기 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수많은 원폭 희생자를 낳았다.

그와 같이 지금 화려하게 부상한 생명공학 기술이 다음 세기에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킬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부정적인 면을 충분히 경험한 현세기의사람들은 생명공학이 불러올지도 모르는 재앙에 대해 어느때보다 짙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정부나 대기업들은 생명공학이 인류를 구원할 획기적인 방법론임을주장하는 반면 생태학자나 환경론자들, 윤리학자나 종교가들은 이같은 주장의 문제점들을 강도높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로 끝없이 이어질 유전자 변조와 인간복제가 갖는 위험성과 불확정성은 선한 자와 악한 자가 공존하는 세상에 어떤 도구든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비장감을 높인다.

과학기술의 사용은 또다른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개발후 시장성을 획득한 기술들은 쉽게사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적 윤리적 제동장치는 대량정보와 대량유통으로 무장한 전략적이며조직화된 기업들의 판로를 차단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이 지닌 불확정성에대한 우려들은 이러한 현실적 여건들을 통해 증폭된다.

포악한 독재자의 대량 복제인간으로 구성된 군단들, 장기(臟器) 생산원으로 전락한 복제인간이나동물, 인공자궁에서 나온 사생아들, 질병유전자때문에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인간, 우생학적 이유로 폐기되는 수정란, 유전자 변조된 독성 병원균의 확산, 이종교잡으로 태어난 기형 생물이나 인간의 확산, 생태계의 파괴 등 생명공학의 부정적인 상상들은 섬뜩할만큼 많다.

그러나 그러한 부정적 상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생명공학의 연구와 기술이 중단되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또 중단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다만 그 기술이나 방법이 인간을위해 긍정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상업술로 무장한 거대기업이나 국가들의 독점권은 차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차별 경쟁으로 인해 전 인류로 확산될 이미지의 공학에 대해 전 인류가참여할 권리를 갖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통제를 갖추고 있으며 유럽 각국들의 통제는 더욱 강력하다.

그러나 2005년 생명공학부문에서 선진 7개국 대열에 참여할 것을 목표로 삼은 한국은 선진국 추격에 급급한채 규제와 통제에는 유아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의료시장에 정착된시험관 아기 시술은 생명공학에 관한 시민들의 조용한 기대에 응답했으며, 그 결과 생명공학에관한 거부감 또한 희석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생명공학의 부정적인 영향들을 최소화할 준비를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사와 5000년 역사의 자랑스럽던 우리 단일민족의 정체성 또한 어떤 방식으로 변모할지 모른다.

강조하지만, 생명의 존재에 관한 모든 과학적 호기심은 소중하다. 그러나 생명이 어떻게 존재해야하는가에 관한 철학적 확신은 그보다 더 소중하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가 된서리를 맞은 바벨탑의 비유는 과학 만능주의에 빠진 현 인류에게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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