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화제-허순정할머니 순회전시회

혹돌, 미역석, 문양석, 맥반석, 월석, 매화석….

수석할머니 허순정(68.대구시 달서구 상인2동)씨는 며칠 전 집안은 물론, 마당에까지 빽빽히 들어찬 '수석'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40년동안 함께한 소중한 친구이자 재산. 하지만 가정형편때문에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자신만의 소유'를 포기하기로결심했다.

"제가 몇 점이나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30살때부터 모았으니 몇 천 점은 되겠죠. 애써 모은 것이지만 좋은 일에 쓰인다니 오히려 기쁘네요"

허할머니의 수석은 장애인의 달인 오는 4월부터 대구시내 각 구청 민원실을 순회하며 전시돼 일반인들에게 판매될 예정. 전시를 통해 판매되는 수익금 전액은 시각장애인들의 장학금으로 쓰이게 된다.

4남매를 둔 허할머니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아들이 있기 때문. 아들이 장애인이기에 아들과 함께 어울리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오랫동안 보아왔다. 냉대, 차별 그리고 빈곤까지. 허할머니는 늦은감이 있지만 그들에게 사회의 따뜻함을 보여줄 수 있어 마음이 흐뭇하다고 했다.

전시회 일정을 두 달 앞두고 '수석과의 이별연습'을 한다는 허할머니. 수천점이나 되지만 하나하나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를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무지개석'을 구하려고 경북 의성군 산골짜기를 헤매다 길을 잃어버렸던 기억. 돌을 등에 지고 또다른 돌을 손에 들고 산길을 걷는 것은 기본이었다. 마음에 드는 '수석'을 찾기 위해 며칠씩 걸리는 산행도 많았다는 허할머니. 그냥 좋아서 한 일 이었기에 고통스러운 줄도 몰랐다고 했다."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기회를 준 것에 오히려 감사를 해야죠"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주 목요일마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여는 무료급식행사에 참석,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허할머니. 나누고 베푸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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