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청량산 생태조사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위치한 청량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세이면서도 봉우리가 많아 예사롭지 않은 풍채를 느끼게 한다. 낙동강 상류가 휘감아 흐르는 이 산은 높이가 870m로 최고봉인 보살봉을비롯, 12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은 채 반원형을 이루고 있다. 청량산의 자태도 아름답지만 산에서바라다 본 전경 또한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의 장엄한 모습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도록 펼쳐져 있어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오죽하면 이 산의 별칭이 '소금강', 또는 '3대 기악(奇嶽)의 하나'였을까.

청량산 곳곳에는 역사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어 선인들의 숨결이 전해지는듯 하다. 산 속에는 한때 30개의 사찰과 암자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원효대사(일설에는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청량사의 유리보전(지방유형문화재 47호)과 응진전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퇴계 이황이 학문을 닦던 곳에 그의 제자들이 세운 오산당을 비롯, 최치원의 유적지로 알려진 고운대, 김생이 서도를 닦던 김생굴, 원효대사가 마시던 물이라고 전해지는 원효정, 공민왕이 피난했던 청량산성과 공민왕당등많은 유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청량산은 오지에 위치한 탓인지 이름난 산에 비해 찾는 이들이 적다가 최근 수년사이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도립공원이기도 한 청량산에 대해 경북도는 지난해 생태조사를 실시, 앞으로 환경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안동대 이희무교수(환경미생물) 송종석교수(식물분류) 이종은교수(곤충분류) 서을원교수(동물학), 김순영교수(식물학), 경북대 양홍승교수(어류학), 박정원강사(조류학·藻類學), 안동공전 신덕구교수(수질분석), 교원대 김수일교수(조류학·鳥類學)등 조사진이 이에 참여하였다.

△소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로 이뤄진 숲

청량산의 삼림은 과거 벌채, 화전, 전쟁과 같은 인위적 영향이후 조성된 이차 식생군이라고 할 수있다. 이에 대비되는 일차 식생이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연적으로 조성된 삼림인데 그만큼 자연도가 높은 형태이다. 이차 식생은 청량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에서 나타나는식생 현상이다. 해발 650m에서 정상까지 나타나는 신갈나무-노린재 군락이 청량산에서 가장 높은 자연성을 띠고 있으며 600m이하에는 저지대부터 소나무와 굴참나무군락이 차례로 조성돼 있으며 점이지대에는 이들 나무의 혼합림이 곳곳에 형성돼 모두 10개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신갈나무는 우리나라 기후에 비추어 온도가 가장 낮은 지역에 나타나는 극상종이라 할 수 있으며 서식지의 습도가 높고 토양의 영양물질도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또 청량산내 계곡에는 느티나무 군락이 분포, 산지 계곡림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난대 상록활엽수림 영역에서 온대 낙엽활엽수림에 걸쳐서 발달된 산지계곡림의 대표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계곡 주위에는 달뿌리풀 군집, 갈대군락, 갯버들군집등 하천 고유의 자연식생이 나타나고 있다.

△희귀식물과 특산식물, 약용식물의 조화

삼림의 그늘과 주위에서 자라는 관속식물은 희귀식물과 특산식물, 약용식물등 모두 540종의 식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중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관련된 식물이 6종 서식하고 있다. 은난초, 은대난초, 제비난초, 타래난초등 난초과 4종과 대극, 개감수등 대극속 2종이 그것이다. 이 식물들은 수출입 허가제도를 통해 채취 및 상거래를 규제, 보호하도록 돼 있다.

또 할미밀망, 갯버들, 관중, 술패랭이꽃, 지리산오갈피등 환경부지정 특정 야생식물 56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들중 세뿔투구꽃, 산작약, 솔나리등 3종의 식물은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환경부지정 특정 야생식물은 멸종위기에 직면했거나 급속히 감소될 우려가 있어우선적인 보전대상이 되는 식물로 모두 504종이 이에 해당된다.

청량산의 식물들을 유용성에 따라 구분하면 곰취, 참취등 식용이 302종, 오갈피나무, 구릿대등 약용이 321종, 소나무, 꼭두서니등 공업용이 157종이다.

△반딧불이와 그밖의 곤충들

환경파괴로 사라지는 대표적 곤충중 하나가 반딧불이. 이 반딧불이가 청량산에 많이 사는 것으로나타나 이 곳의 환경이 깨끗함을 반증하고 있다. 정확히 구분하면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2종이 청량산에 살고 있는데 개체수가 상당히 많아 훌륭한 서식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깨끗한 수질을 좋아하는 애반딧불이는 5월 하순 낙동강 상류인 명호천과 청량산 계곡이 합류되는 지점에서많이 보인다. 8월 중순에 보이는 늦반딧불이는 휴게소에서 재산면 방면으로 올라가는 계곡에 서식하며 먹이인 초식성 달팽이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부근에는 도로 확·포장공사로 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어 반딧불이 보호구역 설정등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이와 함께 희귀종인 어리세줄나비가 서식하고 있으며 절지동물과 날도래, 강도래, 잠자리, 하루살이등 모두 424종의 곤충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꼬치동자개와 담수조류, 수달

청량산 계곡에는 멸종위기 동물에 속하는 꼬치동자개를 비롯, 22종의 어류가 살고 있다. 한국 특산종인 꼬치동자개는 담황색 바탕에 4개의 자갈색 가로무늬가 있는 것. 또 돌마자, 버들치, 갈겨니등 1, 2급수의 깨끗한 물에서 사는 어류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또 이 곳에는 유글레나, 녹조,황색편모조등 124종의 담수조류가 살고 있다.

양서류이상의 동물중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과 산양, 구렁이가 눈에 띈다. 환경부 특정야생동물인 도롱뇽, 두꺼비, 물두꺼비, 장지뱀, 고슴도치등도 서식하고 있으며 무당개구리, 쇠살모사등도 이 곳에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들은 몸에 좋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일반인들에 의해 은밀히 포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밀렵꾼들의 사냥대상이 되므로 각별한 보호대책이 요구되고 있다.조류중에는 희귀종이 없는 대신 붉은머리오목눈이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을 비롯, 박새, 흰배지빠귀등이 서식하고 있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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