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묵은 책이 좋아"…스테디셀러 뜬다

"어! 이 책 요즘도 나오네?" 삶의 더께가 짙어갈쯤 10~20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 보는 것도 색다른 맛을 준다.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가 의외로 많다. 1년에도 3, 4만권이 팔리면서 시간의 벽을 넘어 끊임없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운명의 책들이다.

최근들어 '다시 뜨는' 스테디셀러들이 있다. 고전의 향기, 문학성, 시간을 초월한 가치성등 스테디셀러의 기본 요소에다 IMF, 대학입시, 영화의 소개, 졸업·입학의 선물철을 맞아 다시 주목받는책들이다.

지난 78년 6월 초판이 나온 이래 124쇄까지 나온 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문학과 지성사 펴냄).

우리 문학사뿐 아니라 사회사·정신사에 '난장이 신화'를 몰고 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난장이로상징되는 못 가진자와 거인으로 상징되는 가진자 사이의 대립적 세계관에서 출발하되 그것을 뛰어 넘는 새로운 인식 지평을 모색하고자 한 소설이다.

특히 뛰어난 문학성으로 최근 대입 논술 과제로 제시되면서 고3 수험생 독자가 늘었다. '어린 왕자' 같은 쉽고 우화적인 문체와 주제의 중요성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는얘기.

74년 첫 출간된 시인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민음사 펴냄)도 설움, 비애라는 소시민적 감정을 잘표출해낸 작품으로 최근들어 찾는 이들이 늘었다. 한국 시사(詩史)의 분기점을 세운 작품이란 점에서 '영원한 향기'를 뿜는 시집이다.

황동규 시집 '삼남에 내린 눈'과 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 '편지'와 '컨스피러시'에 삽입되면서 다시 독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고 '우동 한그릇'(청조사 펴냄)과 최근 100쇄를 돌파한 '노란 손수건'(전3권·샘터 펴냄)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IMF 이후 독자들이 늘었다.샘터사는 100쇄 출간을 기념해 3월 15일까지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에게 노란 손수건을 한 장씩선물로 주기로 하는등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외 7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어른용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소담출판사 펴냄)과 최근 새로나온 신영복 성공회대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가 마르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는 스테디셀러이다.〈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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