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시청료 올려선 안된다

오랫동안 인상설이 나돌던 한국방송공사(KBS) 텔레비전 수신료(시청료)가 결국 대폭 오를 전망이어서 시청자들의 반발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S 2TV의 광고를 전면 폐지키로한 방송개혁위원회의 결정은 마땅하며 옳은 일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대폭 인상해 시청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국제통화기금 한파로 온 국민이 한푼이라도 덜 쓰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나눠 갖는 이시기에 수신료를 올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시청자들의 경제적 사정이나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충분히 고려했는지도 묻고 싶다.

지난해 KBS의 수입은 7천500여억원이었며, 그중 수신료와 광고 비율은 55대 45이었다고 한다. 개혁위는 광고 전면 폐지로 결과적으로는 45%의 광고비를 시청자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인지 모르지만 안될 말이다.

KBS가 공영성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더구나 공익성 강화가반드시 많은 제작비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익을 추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그간 KBS는 MBC.SBS 등 다른 방송과 큰 변별력 없이 시청률 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했으며, 상업방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프로그램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혁위의 결정은 일단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공영방송의 품질을 높이려는 의지가 적극 투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경제난국으로 광고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소비적.선정적 오락 프로를 적지 않게 편성했던 2TV를 문화.교양 채널로 특화하려는 움직임은 기대를 걸게 한다.

2TV의 경우 그간 드라마.오락프로 등 제작비가 많이 드는 편성을 해왔지만 앞으로 공익성 높이기로 방향을 전환, 문화.교양 프로로 특화한다면 종래보다는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공영방송은 공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뒷받침되고, 그에 따라 편성과 제작의 공영화가 실현돼야만 한다. 그간 경영진들은 보도와 교양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 따뜻한 위안을 주는 오락 기능도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하지만 그간의 오락프로들이 그런 기능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국민의 입장에 서지 않고 말로만 공영화를 외칠게 아니라 앞으로는 공익에 부합하고 국민 정서의 길잡이가 되는 생산적이고 질이 향상된 프로그램들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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