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한자병기 정책을 두고 어문단체들간에 논쟁이 분분한 것을 보았다.한자병기를 주장하거나 한글전용을 고수하자는 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가만히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 얼마나 성급하고 미숙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 수있다.
먼저 아무런 의견 수렴과정이나 공청회도 없이 불쑥 상명하달식의 정책을 발표하는 문화관광부의무모하고 비문화적인 행태다. 이번 정책을 졸속 기안해서 발표한 관료들의 잘못은 열번을 지적해도 과하지 않다.
두번째는 한자병기를 반대하는 측의 태도다. 분명 나라의 어문정책의 틀을 흔드는 막중한 사안이라면 한자병기를 주장하는 측과 만나서 오랜 토론과 심의의 자리를 마련하는 게 당연함에도 근거가 미약한 반대의견을 내놓거나 거리에서 데모를 하는게 고작이다.
거리의 데모란 여론의 통로가 막혀 있을 때나 현저한 힘의 열세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데모를 통해 여론몰이로 몰아 가려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세번째는 이 문제를 찬반 여론조사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일부 언론사들의 우매함이다. 그것은 다수에 의한 횡포이자 독선에 다름아니다.
예컨대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과 싫어하는 학생의 수를 조사해서 싫어하는 학생 수가 많다고 해서학교를 없애자는 논리와 다를 게 무엇인가. 언어정책은 대중의 편리나 여론이 우선되는게 아니라민족의 전통과 문화,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며 따라서 신중하고 사려깊은 접근이 필요한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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