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준화(대경대 의상디자인과 교수)

올해 중학생이 되는 큰 딸 아이는 요즘 혹독한 사춘기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마에 쭈뼛거리며 돋아나던 여드름을 신기하고 대견하게 바라보았던 때가 언제였나 싶다.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눈물 콧물을 짜고 뜻없는 행동 하나에 '팩'하며 입을 내민다.

얼마 전 함박눈이 내리던 날 아침 일찍 학원에 간다며 나오는 딸아이의 머리엔 보기에도 정성들여 꽂았을법한 집게 핀이 도도하게 서너개 앉아 있었다.

눈이 내리는데 아무리 멋이 중요하기로 맨머리로 나서는 딸아이가 엄마 마음으로 어찌 얄밉지 않으랴. 그래서 코트 모자까지 떼고 문을 나서는 딸아이의 머리위에 장난스레 모자를 꾹 눌러 씌워 주었다.

그런데 벌겋게 달아오른 딸아이의 얼굴이라니.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한 눈물 방울을 매단채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딸아이를 보면서 나 역시 예전에 거쳐왔던 그 시간을 되짚어 보기에 앞서 서운함과 노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오로지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푸념이란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하지만 이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나 위험한 생각이었다.

내 어머니가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고 기꺼이 내 울타리가 되어 주셨듯이 나도 그런 마음을 닮고자 애쓰며 내 자식을 키워왔다.

그런데 막상 딸애의 사춘기를 함께 겪으면서 한 아이의 바른 어머니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내 딸아이도 곧 어른이 될 것이다. 곱게 품안에 가둬 키우던 새가 제 꿈을 펼치며 날아 갈수 있도록 사랑에 초연해져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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