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새학기. 유치원에서 초교, 초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교로 진학하는 새내기들은 자칫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런만큼 학부모들은 자녀의 조그만 변화도 발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자녀를 살펴야 할 때. 각급 학교 교장, 교사의 조언을 들어 학부모들이 챙겨야 할 일들을 살펴보자.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다르다. 먼저 학교가 크고 친구나 형, 언니, 선생님이 많다. 어린이들은 이처럼 엄청난 학교에 위압감을 느끼기 십상. 그래서 학교를 '무서운 곳'으로 인상짓는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도록 미리 학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자녀의 입술이 부르트고 잠꼬대를 하면 자녀가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이때에는 자녀를 쉬게 하고 영양을 보충해 체력으로 스스로 이길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과 손발 닦기 등 기본생활 습관 지도도 이뤄져야 한다. 아침 식사를 양·분식으로 때우거나 거르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이는 아동발달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용변을 보게 하는 습관을 길러주자. 학교 화장실과 집 화장실이 달라 수업이 끝날때까지 용변을 참다 실수를 하는 어린이들이 간혹 있다. 이때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인사와 질서 지키기도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 어린이들은 처음이 잘못되면 6년 동안 혼란을 겪곤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옷을 노란색 등 눈에 잘띄는 밝은 색으로 선택하자. 빨간색은 일반적 생각과 달리 눈에 잘띄지 않는다. 신호등 지키기, 차조심, 좌측통행 교육도 평소에 이뤄져야 한다. 부모는 차량을 몰며 교통신호 어기기를 밥 먹듯 하며 자녀에게는 교통신호를 지키라고 말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입학식 이후 보름 정도는 학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준다. 학교에서도 이에 맞춰 학교 소개, 학교생활 등에 관해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학부모는 이 시기가 교육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때. 특히 학교에서는 요즘 학부모의 역할을 더욱 많이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학교에 자주 나가 자녀를 위해 무엇을 할까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 가정통신문을 자세하게 살피는 것도 학교를 이해하는 좋은 방안이다. 자녀 교육을 어머니가 도맡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유치원의 아빠 캠프처럼 각급 학교에서도 '아버지의 날'을 운영할 예정이므로 아버지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자녀가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불신을 쌓지 않도록 학부모들은 말 한마디, 몸가짐 하나도 주의해야 한다. '네가 다니는 학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이고, 너의 선생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란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학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무슨 그런 선생님이 있느냐. 너희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치더냐'는 한 마디로 교육은 끝장난다. 학교나 선생님을 싫어하는 어린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는 없는 노릇.
대구 동인초교 김홍자(58) 교사는 "긍정적인 시각이 어린이들에게 편하다"며 "다소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학교를 욕하고 담임을 욕하면 자녀를 망친다"고 강조했다.
유치원을 보내 글자와 숫자를 익힌 자녀는 1학년 초기 학습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학용품은 잘 선택해야 한다. 지나치게 큰 필통은 간수가 어렵다. 고가품이나 외제를 사주면 절약정신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잃기 쉽다. 공책은 갱지(신문용지)가 좋고 반드시 쪽수를 적어 맨 뒷장까지 모두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 손에 쥘 수 없을 만큼 짧아진 몽당 연필을 의식적으로 버리지 말고 볼펜대에 끼워 사용토록 지도하자.
물감이나 크레용은 12색이면 충분하다. 색깔 구분도 어려운 40색 이상 물감을 사주면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한 간색 교육을 가로막는다.
입학 초기 학부모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자녀가 학교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느냐는 점. 유치원에서 모두 배운 숫자와 글자 익히기를 하는 수업이 따분해 수업 태도가 흐트러지면 바로잡기가 매우 힘들다. 심지어 초교 6년 내내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이도 적지않다.
글자와 숫자 익히기에 욕심내서도 안된다. 앞으로의 교육은 계산 잘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어린이가 우수한 학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교 1학년 1학기 동안 학교에서는 1~10까지 밖에 가르치지 않는다.
학부모들도 교과서를 읽어보자. 국어 수학보다 바른생활 교과서가 더욱 중요하다. 동인초교 이옥순(56) 교사는 "바른생활 교과서에는 인사, 길조심, 몸가짐, 정리정돈, 가족 화목, 나라사랑 등 어린이들이 배워야 할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는 초교와 다른 점이 많다. 교과목 수가 많고 수업시간도 40분에서 45분으로 길어진다. 초교에서는 대부분 담임 선생님과 온 종일 공부하고 생활하지만 중학교는 12과목 모두 다른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 12명 선생님의 서로 다른 개성과 수업 방식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새내기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 있다는 것.
생활지도 방법이나 수업 분위기도 초교보다 엄격하고 다소 강압적이다. 교문 입구에서 수시로 실시되는 옷차림, 두발 검사는 새내기들을 주눅들게 하기 마련. 중학교는 대부분 교사 주도의 강의식, 주입식 수업이 이뤄진다. 모둠 수업을 하며 활발하게 토론하고 발표하던 '열린교육 세대'에게 이런 수업 방식이 따분하다. 중학교 1학년의 신학기 수업이 특히 산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임전수(39·능인중)교사는 "중학교 신입생들은 급격한 환경변화로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신학기부터 결석하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교과 성적에 자유로웠던 초교와 달리 중학교는 내신성적 산정 때문에 석차를 매긴다. 입시 부담을 느끼게 되는 시기. 공부때문에 자녀들이 지나친 압박감을 갖지 않도록 하자. 공부를 너무 강요하면 되레 공부에 취미를 잃게 된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교내에서 이성관계가 단절된다. 이성과의 갑작스런 단절로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김명희(46·여·예천여중)교사는 "중학생은 초교생과 다른 점이 많아 행동과 생활을 좀 더 어른스럽게 하고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구별할 수 있게 자녀를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엇길로 빠지지 않도록 학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 교사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자녀의 부족한 점, 부탁 사항을 꺼리지 말고 이야기 하자. 교사가 40여명의 학생에 대해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친구 사귀기와 학교 생활에 대해 자주 묻고 대화하자. 자녀의 친구를 집으로 초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
김형섭(43·신암중)교사는 "학부모, 학생, 교사간의 믿음과 대화가 지속된다면 새내기들이 새로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崔在王·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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