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쁜날 이웃사랑 얼굴없는 후원자들

한달전까지 위암 판정을 받고 죽음을 넘나들던 최태희(40.여)씨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화 서너통 받은 것이 전부인데 통장을 확인해보니 1천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마치 소설속 주인공이 된 기분입니다"

최씨는 대학에 특차 입학한 큰아들이 자신의 위암 수술비를 위해 등록을 포기했다는 사연(1월 8일 본지23면)이 나간뒤 '기적'을 체험했다.

하나같이 신분을 밝히지 않는 주부 4명이 5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돈을 보내온 것"대학을 통해 연락처를 알았다는 한 주부는 등록금이라며 200만원을 보낸 뒤 하루만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아무래도 부족한것 같다며 600만원을 더 보냈습니다" 며칠전 성공적으로 위암 수술을 받은 최씨는 "길거리를 돌며 고함을 쳐서라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고 했다.

'익명'으로만 불리는 흔적없는 사랑. 지난해 6월부터 매일신문이 펼치고 있는 '기쁜날 이웃사랑' 운동엔 이런 익명의 후원자가 유난히 많다. 통장 입금자란에 항상 '범어동 주부'라고만 적은뒤 5차례에 걸쳐 모두 5백만원을 보내온 주부가 있는가하면 매달 10만원씩을 꾸준히 보내는 사람도 있다. '기쁜날 이웃 사랑' 운동이 시작된 이후 접수된 익명의 후원자는 모두 1백여명. 액수로 치면 3천만원을 넘어선다. 이들의 숨은 정성은 절망에 빠진 이웃을 살려내는 생명수와 같다.

'기쁜날 이웃사랑' 본부 정재호 사무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름을 밝히지 않는 후원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모두가 사랑의 본뜻을 제대로 아는 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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