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권력쫓는 부나비들

우리나라에 26년간 살았다는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씨의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에는 한국을 가리켜 '뇌물받고 감옥에 갔다온 정치인이 대우받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쓰여있다.

우리 속언에 "정승집 말 죽은데는 사람이 몰려도 정승 죽은데는 아무도 안간다"고 했거니와 이 말을 뒤집어보면 '마모루'씨의 얘기와 일맥상통 하는 것이 아닐는지.

권노갑(權魯甲)국민회의 고문이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과정에 등록하자 IMF여파로 입학정원 50명을 훨씬 넘어 80명이 신청하는 북새통이 일어났다는 것.

당초 수강료가 320만원인 이 과정에는 30명이 지원, 정원 미달이 예상됐다. 그러나 권씨 등록후 지원자가 갑자기 늘었고 학교측은 의외의 결과에 희희낙락, 정원을 67명으로 늘렸다니 아무래도 권씨의 영향력과 무관치는 않았을 것이라는게 주변의 시각이다.

실상 권씨가 여권의 실세로 떠오른 것은 지난 연초 세배객이 1천명이나 몰려 문전성시를 이룰 때부터 이고보면 '끗발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염량세태를 알만하다.

아무튼 권씨는 97년 한보사건과 관련 2억5천만원의 뇌물 받은 혐의로 5년형을 받고 8.15특사로 사면.복권된 사람이다. 한마디로 그는 실정법을 위반한 대가로 감옥을 살다나온 '전과가 있는 사람'인 셈이다.

그런데도 그가 오히려 권부에 입성(入城), 대단한 권력을 과시하고 있으니 앞에서 말한 마모루씨의 지적처럼 우리는 뇌물받은 정치인에 대해서만은 무척 관대한 국민인 것인가.

권씨가 이처럼 화려하게 정치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모두의 개혁 능력에 한계를 의미하는것만 같아 씁쓸하다.

지금까지 개혁을 요구하면서도 부패한 권력을 미워할줄 모른채 앞다투어 줄을 서고 있는 그 모습에서 정치개혁은 한갓 헛구호에 그치는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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