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쟁으로 엮어진 두 인생역정 엿보기

인물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작업이다.거기에 투쟁을 곁들인 파란만장한 삶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현실문제와 싸우며 자신을 다그친 두 인물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일제 침탈시대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현대중국문학의 거목 루쉰(魯迅·1881-1936)의 '민족혼으로 살다'(학고재 펴냄)와 지난 71년 간첩단사건으로 투옥된 뒤 19년간 수형생활을 한 서승씨의 옥중기 '서승의 옥중 19년'(역사비평사 펴냄).

'민족혼으로 살다'는 국내 중문학 연구자들이 쓴 루쉰 일대기. '광인일기'와 '아Q정전'으로 잘 알려진 루쉰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추앙받는 인물이다. 마오쩌둥은 "루쉰은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主將)으로 위대한 문학가요 사상가요 혁명가였다"고 칭송했다.

집필자는 연세대 유중하, 전인초, 정진배교수, 혜전전문대 유경조교수, 한국외국어대 이영구교수, 서울대 송영배교수 등. 이들은 루쉰의 고향인 샤오싱을 비롯해 난징, 베이징, 상하이, 일본 도쿄와 센다이등 그가 죽기까지 거쳐간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그의 고뇌어린 삶을 더듬었다.

서양문화 맹신주의를 청산해가는 과정에서 보인 비타협적 투쟁정신과 끊임없는 정신계몽 열정등을 담았다.

'서승의 옥중 19년'은 이미 지난 94년 일본에서 '옥중 19년-한국정치범의 투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5만여부가 팔렸으며 5년만인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나오게 됐다.

서씨는 지난 71년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두고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 간첩단사건'에 연루, 체포된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와 대구교도소에서 비전향정치범으로 수형생활을 하다 90년 2월 석방됐다.

그는 당시 서울대에 지하조직을 만들어 박정희대통령의 3선반대운동을 배후조종한 혐의를 받았다. '원자탄으로 타들어간 들판처럼 타 문드러진 얼굴'이란 표현이 말해주듯 처절한 고문을 겪었으며 고문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난로의 석유를 온몸에 뿌려 분신자살까지 기도했다.

그의 옥중기는 폭력이나 강제에 굴하지 않고 투쟁한 그의 삶과 사상을 수감생활의 비참함과 고문등을 곁들여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해방이 되던해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출소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연구한 뒤 지난해부터 일본 리츠메이칸대 법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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