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고질중의 고질인 병무비리는 과연 근절될 수 있는건지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원준위사건'으로 지난 한해동안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이번엔 대규모 의병(依病)제대 비리가 불거졌다.
멀쩡하게 입영한 장병이 불과 석달이 안돼 정신병 환자로 둔갑해 군복을 벗고 나왔다는 이번 병무비리도 역시 힘있고 돈만 있으면 복무도 멋대로 단축할 수 있다는 세간의 소문들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비리내용을 보면 지난 94년부터 98년까지 이들 8개 병원에서만 모두 198명의 장병들이 군의관들이 조작한 정신병이나 정신지체, 시신경장애 등의 허위진단에 의해 입영한지 한달에서 석달 사이에 전역했다는 것이다.
이들중 3명은 그 부모들이 병원 군무원들에게 1천만원씩을 줬다는 사실이 우선 밝혀졌고 수천만원을 챙긴 군무원 1명은 이미 구속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당국은 이에 관련된 전현직 군의관 50여명에 대한 수사와 함께 다른 10개 군병원으로 확대수사한다는게 그 대상이다.
이번 사건에서 우선 지적해야할 대목은 징집단계가 아닌 이미 입영해 복무중인 장병들이 군의관들의 허위진단에 의해 조기제대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조사대상 8개 군병원에서 한결같이 같은 유형의 비리가 적발됐다.
이는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유형의 비리가 저질러졌을 개연성이 높음을 의미하고 그것도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의병전역사병들이 한해 평균 4천~5천명이던 것이 96, 97년에는 1만명 안팎으로 급증한 사실에서 비리의 규모는 의외로 클것이란 점을 환기할 수 있다.
따라서 군특감단이나 수사당국은 우선 의병전역비리의 실체를 전군(全軍)에 걸쳐 규명하는데 최선을 다해 금품수수 등의 의혹을 한점 남김없이 밝혀 문책하는게 급선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야만 돈있고 힘있는 계층의 자녀들은 맘만 먹으면 징집면제와 의병제대를 할 수 있고 그 반대계층의 자녀들은 최전방에서 고생한다는 국민적 공분 또는 계층간의 위화감을 뒤늦게나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는 병무비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근절대책을 현실성있게 강구, 지속적으로 그 이행여부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군기강의 해이는 곧 국가기강의 몰락을 의미하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남이야 어떻든 내자식만은 고생시킬 수 없다는 그릇된 자녀관을 가진 부모들이 있는한 이 병무비리는 아무리 좋은 제도나 법적장치가 마련돼도 근절될 수 없음을 우리 국민들은 명심해야 한다.
결국 국민의식의 대전환이 이뤄질 때 비로소 병무비리의 근절을 기대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환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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