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영화 어제와 오늘-(19)세계영화제 진출

이두용 감독의 '피막(避幕)'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 우리영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 했다. 8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이감독은 비록 본상은 아니지만 그해 출품한 감독 6인에게 수여하는 ISDAP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새로운 시대극으로 주목을 끈 '피막'은 양반집 규수와 미천한 피막지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줄거리로 계급간 대립의식, 무속에 내재된 서민적인 생명력을 영상언어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무녀 유지인과 함께 호연을 펼친 피막지기 남궁원은 이 작품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피막'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은 이감독은 84년 영화 '물레야 물레야'로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유려한 영상에 담은 이성춘은 그해 시카고국제영화제 최우수촬영상을 수상했다. 봉건적인 인습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조선 사대부 집안 여인의 한을 영상화한 이 작품에서 '한'의 여인으로 등장한 원미경은 신일룡, 최성호 등과 함께 열연을 펼쳤다.

85년 영화배우 하명중이 감독 데뷔 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영화 '땡볕'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 연출자로서의 능력을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시카고영화제 최우수촬영상(정광석)도 수상한 이 작품은 일제 식민지시절 출세를 위해 물불을 안 가리던 남자가 아내의 죽음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새 출발을 맹세한다는 내용. 하명중 감독이 주연을 겸했고 신인 조용원이 출연했다. 연극배우 출신 이혜영은 꾸밈없는 구수한 조연으로 스타 영화배우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후에도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은 붐을 이뤘다. 86년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초청됐고, 87년 강수연은 베니스영화제에서 한국 여배우 최초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89년 배용균 감독은 지역에서 만든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그랑프리인 금표범상을 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도쿄영화제 금상을 수상한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에 이르기까지 우리영화는 꾸준한 성장으로 세계 무대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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