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학력자가 연고 따진다"

학력이 높을수록 정치비판 의식과 세계화 수준등은 높지만 그렇다고 합리적 소비생활을 하고 공공질서를 준수하며 남녀평등 의식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고학력자가 오히려 지연이나 학연, 혈연 등 연고를 더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사실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30대 이상 성인 남녀 3천300명을 상대로 학교교육이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해 3일 내놓은 '학교교육 효과 분석연구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학력은 연령이나 성별, 종교, 사회경험 등 다른 요인에 비해 정치비판 의식과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 및 참여, 공익 우선, 환경보호 실천, 사회봉사실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월등히 높았다.

이들 항목에 대한 학력의 영향력 지수는 정치비판의식 0.28을 비롯, 모두 0.2를 넘었다.

영향력 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며 '0'에 가까우면 관련성이 떨어지고 '마이너스(-)'이면 악(惡) 내지 역(逆)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학력은 또 현실참여와 정치적 관심, 민주주의 선호, 국제사회에 대한 개방 태도등에서도 0.10~0.18의 값을 나타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사회비판(0.08), 소비절약(0.03), 공공질서 준수(0.03), 남아선호(0.00)등에서는 '많이 배웠건 적게 배웠건' 학력이 미치는 영향력이 없거나 미약했다.

특히 탈(脫)연고주의 항목에 있어서는 -0.05의 수치를 보여 학력이 높을수록 오히려 같은 학교 출신자나 동향인에게 더 많은 호의를 베푸는 성향이 깊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녀평등 의식과 실천(0.02)은 학력과 거의 무관한 반면 남녀평등 실현도 평가(-0.30)에서는 학력이 높을수록 남녀차별이 심하다고 응답해 이른바 배운 사람의'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를 반영했다.

연구를 맡았던 성기선(成基善)박사는 "연구결과는 학교교육이 지식 위주, 입시위주, 취업 위주에 치우쳐 정작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태도를 형성해주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도덕성과 민주시민성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늘리는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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