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비봉초교 독서교육 성과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독서를 취미라 말하지 않는다. 독서는 유아 때 부터 내남없이 갖고 있는 생활 습관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는 아버지, 탈무드를 읽어주는 어머니. 저녁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그런 정경은 학교에서도 볼 수 있다. 학생들은 등교하면 가장 먼저 도서실로 달려가 그날 읽을 책을 고른다. 선생님에게 배우는 공부는 오전으로 끝나고 오후에는 모두 책읽는 시간. 이는 초교생은 물론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까지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발표력이 뛰어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삶에 진지하다. 진로 문제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떤 책을 많이 읽는가 살펴보면 그의 관심 분야를 알 수 있다. 자기 관심 분야로 진출한 학생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진로를 바꿀리 없다.

이들 이스라엘 청소년들을 보면 왜 독서 교육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나온다.우리 교육부도 다행히 올해부터 독서 교육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구시 교육청의 독서 교육 성과를 지켜본 결과이다.

서구 비산동 언덕 위에 있는 비봉초교는 독서 교육으로 학교를 바꿨다. 시작은 이주남(李珠男·여·56) 교장이 부임한 지난 97년 3월부터.

비봉의 주변은 대구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릴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 곳. 학부모들은 교육에 관심이 적었고 그만큼 학생들의 수준도 떨어졌다.

"난장판 같은 교실, 복도에 침을 뱉는 학생을 보며 책을 읽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제시한 필독도서를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해 3월 한달동안 확보한 도서가 학급당 3권 미만. '왜 쓸데없이 책을 사 주라고 하느냐'며 항의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5월 비봉 알뜰장터. 학교 운동장에 학부모와 이웃 주민들을 초청해 헌 옷, 헌 학용품은 물론 동동주까지 팔아 필독도서를 확보할 기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학급마다 책꽂이(작은 도서실)를 마련해 책을 사다 꽂아 놓고 훈화시간, 아침 자습시간, 중간체조 시간, 점심 시간 할 것없이 틈만나면 학생들이 책을 읽게 했다. 독서 신문 만들기, 독후 감상화 그리기, 독서 퀴즈 대회 등 시교육청이 권장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가장 힘든 것은 교사의 의식을 바꾸는 일. 책을 읽지 않는 교사가 학생에게 독서 교육에 성의를 가질 수 없는 노릇. 독서 교육 연수회를 갖고 토론회도 마련했다.비봉은 2년만에 바뀌었다. 상이라고는 받지 못하던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 나갈때마다 상을 받아왔다. 한 학부모도 최근 인성교육 사례를 발표, 서구청장으로 부터 상을 받았다.

더 크게 변한 것은 학생들. 지난해 5학년 2반 담임을 맡았던 최경숙(崔璟淑·여·34) 교사는 "책을 읽힌 결과 거칠고 예의가 없던 학생들이 공손하고 겸손해졌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수학, 국어 공부 시간에도 책상 위에 읽을 거리를 옆에 둔다. 등·하교 때 책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휴일이면 자녀와 함께 서점을 찾아 책을 사주는 학부모도 늘었다.

"새 학교 문화 창조의 시작도 독서, 끝도 독서라고 생각한다"는 이교장은 "책을 읽히면 먼저 인사하자는 표어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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