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이 내각제개헌문제를 놓고 당장은 큰 싸움을 벌일 것 같지는 않다. 김정길 청와대정무수석은 4일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를 만나보니 두분이 내각제논의를 상반기에는 하지않기로 묵시적으로 합의했다는 감을 받았다"고 자신감에 찬 어투로 말을 했다.
김종필총리도 이말을 듣고 "그런 말을 했어"라며 대수롭지않은 표정을 지었고 이완구 자민련대변인은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아껴야한다"면서 슬쩍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대체로 자민련측은 반응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김수석이 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대정부질문때 자민련의원들이 내각제개헌문제를 집중거론한데 대해 김수석이 "좋지않은 얘기들이 많다"고 언급한데서 개헌공방의 조기과열차단용 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김수석의 말에 김총리가 전면부인하지 않은데서 일단 내각제개헌 추진을 위한 김총리의 구체적인 액션은 상반기중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다만 김총리 자신이나 자민련의원들의 내각제개헌약속 준수주장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듯하다.
사실 김총리도 정황상 상반기내에 담판을 벌이기는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었다. 청와대측의 '선(先)경제회복 후(後)내각제개헌논의'주장에 밀렸다는 인상이 든다. 총리자신도 연초 예상을 깨고 최근 내각제개헌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 점에서 김수석의 발언은 김총리의 의중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양측의 향후정세전망은 확연히 다르다. 김총리측은 시간이 갈수록 김대통령측이 초조해질 것이라는 판단이고 반대로 김대통령측은 이렇게 되면 물리적으로 연내개헌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동상이몽인 셈이다.
한편 정가에서는 하반기에 접어들면 김총리가 과연 이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것이냐를 놓고 설왕설래다. 밀리다보면 결국 연내개헌불가라는 청와대측의 뜻대로 되지않겠느냐는 것이다. "내각제개헌을 하지않으면 공동정부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김총리나 자민련의원들의 발언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것을 보면 회군하기도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반기로 유보된 내각제개헌논의는 언젠가 압축긴장상태로 몰아넣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가운데 김영삼전대통령은 "DJ가 약속을 안 지키면 공동여당의 장래가 어려워지고 결국 결별할 것"이라고 갈등에 군불을 지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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