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이후 15년만에 대구 무대에 선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 관객들의 기대도 컸다. 게다가 주인공은 지난해 세계 유수의 발레콩쿠르인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2인무 1등상을 거머쥔 김용걸·김지영 듀엣. 모처럼 국내 최정상급 발레를 만나는 대구시민들은 3일 오후 공연시작 30분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1천100석)을 거의 채웠다.
그러나 국립발레단과의 재회는 다소 아쉽게 끝났다. 관객들은 예상했던만큼 뛰어난 무용수들의 기량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지만 한편으론 눈에 거슬리는 준비소홀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문화관광부가 파리콩쿠르 1등상 수상을 기념, 전국 순회전으로 마련한 이번 무대에서 정작 김용걸·김지영 듀엣은 공연 시작과 마지막을 '잠시' 장식했을 뿐, 세계인들에게 선보였던 화려한 기량을 대구관객 앞에선 왠지 아꼈다. 공연을 관람한 무용 관계자들은 "하이라이트 공연임을 감안하더라도 잡다한 레퍼토리가 너무 짜깁기 식으로 구성돼 어수선한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50분 공연예정이었던 제2막은 30분도 채 안돼 끝났다.
초대권만 발행된 무료공연이었던 탓인지 여자 무용수들은 한벌에 수백만원씩 한다는 '쮸쮸'(심을 넣어 수평으로 빳빳하게 펼쳐진 발레복) 대신 주로 구겨져도 좋은, 밑으로 '처지는' 옷을 입었다. 관객들의 기분까지 '처지게' 만든 건 그것만이 아니다. 문예회관 대극장의 커튼은 무대 양쪽을 완전히 가리지 못해 객석 가장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무대 옆에서 무용수들이 운동복을 입고 하릴없이 오가는 모습까지 구경해야 했다.
'세계로 발디딘 정상급 무대예술'이란 문구가 선명한 팸플릿을 받아들고, 관객들은 그나마 15년만에 구경한 국립발레단 공연이란 점을 위안으로 삼으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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