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트머리로 치닫고 있는 20세기가 남긴 성과는 여럿이지만 그중 하나는 동.서양의 여성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지구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움직임에 대한 감지 또는 배려 없이는 올바른 사회정책을 수립키 어려운 지경에 처했고, 여성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와 권익을 보장해주느냐가 그 나라의 개발척도 내지 선진화지수처럼 여겨지게끔 됐다.
그러나 '세계여성의 날'(3월8일)을 기념, 5일 대구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6회 대구.경북 여성대회는 100년 역사를 지닌 대구 여성운동, 특히 90년대 이후 여성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진보여성단체들의 현주소를 반추하게 만든 현장이었다. 여성발전의 한 획을 그었던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이날 대구.경북여성대회는 진보여성단체들만의 잔치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성의 현실을 진단하고 권익을 신장하기 위한 중점과제를 선정, 공동실천의지를 모아내는 단결과 연대의 자리임에도 불구, 참석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미미했다. 위기에 처한 여성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모으려는 '여성이여, 노동안정을 우리의 현실로'라는 슬로건은 텅빈 좌석으로 인해 빛을 잃었다.
진보단체들의 대구.경북여성대회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이들의 여성대회와 기존 대구.경북여협이 여는 여성대회가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 대경여련과는 별도로 대구여협과 경북여협은 여성주간(7월) 등에 맞춰서 여성대회를 제각각 열고 있다.
이제 '여성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000년대를 앞두고 대화합의 정신이 필요한만큼 진보와 보수 여성단체들부터 여성대회를 통해 손을 맞잡으려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여성주간에 맞추든 3.8세계여성의 날에 맞추든 대화와 교류를 통해 한 도시에서 두번의 여성대회가 열리는 혼란부터 종식시켜야 그들만의 잔치, 반쪽 잔치를 넘어선 진정한 여성대회가 되지 않을까.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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