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유골 훔쳐 돈 노리다니...

롯데그룹 신격호회장의 선친묘소를 파헤쳐 훔쳐간 유골을 담보로 8억원을 요구한 희대의 협박사건은 그 유례가 없는 엽기적 범죄로 실로 충격적이다.

범죄의 표적을 남의 묘소유골에 두고 거액을 울궈낼 생각을 했다는 범죄의 착상자체부터가 너무 지능적이고 잔혹하다는 점에서 전율마저 느낄 정도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패륜범죄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과연 범죄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심한 의구심마저 든다. 세기말에 불거진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현재의 사회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하는 흉악범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조상의 묘소를 중히 여기는 우리의 전통윤리관과 자손들의 효심(孝心)을 역으로 악용한 지능범죄인데다 '기존의 윤리 질서'를 깡그리 파괴한 반인륜적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선 지금까지 경험한 '막가파'나 '어린이 인질 살해범'이상의 흉악성이 엿보이기도 해 범죄의 수단영역마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급선무는 경찰은 그 명예를 걸고 범인을 반드시 잡아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간질서'를 지켜내도록 해야하고 그를 파괴한 범인은 반드시 상응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모델케이스로 이번 사건의 범인 검거에서 이를 실증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또다른 쪽에서 보면 만약 이번 사건의 범인 검거에 실패했을 경우 제2, 제3의 모방범죄가 연쇄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더욱 범인 검거의 당위성은 절실한 것이다.

보통의 범죄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능적인 범죄수법으로 미뤄봐 '모방'을 넘어 '제2의 창조범죄'까지도 가능한 모티브를 주기에 충분한 특징을 가진게 이번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경찰의 수사력이 시험대 위에 이미 올려져 있고 이를 전국민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경찰은 잊지 말아야 한다. '신창원사건'에서처럼 우왕좌왕하거나 나약한 일면을 보이다 범인 검거가 장기화 될 경우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라는 사실을 경찰은 명심하고 빠른 시일내에 해결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범행동기가 원한이든 단순 금품요구이든간에 IMF체제하에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언제, 어디에서 무슨 범죄가 일어날지 모를만큼 불안한 형국이 아닌가. 경찰수사에 못잖게 국민들의 제보 또한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전국민들이 감시자가 되어 수사에 적극 동참할때 범인 검거도 그러하지만 범인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좁아지는 그물망이 되기에 국민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을 재삼 환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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