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인 김용택씨 산문집 '섬진강이야기'

'어디로 흐르다가 이제는 끝인갑다 싶으면 살짝 수줍은 듯 고운 몸을 드러내는 산골 색시 같은 강, 그러나 들여다보면 거기 아름다움 만큼이나 서럽고 비참하고 분노에 찬 역사를 부둥켜안고 흐르는 강…'

남도 농촌을 지키며 아이를 가르치고 시를 쓰고 있는 시인 김용택(50·원안사진)씨가 산문집 '섬진강 이야기'(열림원 펴냄)를 냈다. 너무나 아름다워 서럽기까지 하다는 섬진강의 사철과 강에 의지하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표정을 세밀한 필치로 그려낸 산문집.

시인이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온 섬진강변 진메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삶을 보듬어안고 흐르는 강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시인이 본 섬진강은 다양한 무늬와 빛깔,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속에는 전남 산골마을의 질박한 사투리가 섞여 있고 아물아물한 지난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다.

쓰윽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평생을 강을 지켜보며 살아온 토박이가 있는 그대로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글모음이다.

땅을 얻기 위해 일하신 아버지와 구멍뚫린 검정 타이어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닌 누이, 느려터진 당숙, 고기잡는 아이들과 엿장수, 상쇠, 풍언이 아제가 등장한다. 사람뿐만 아니다. 문수씨 댁 개와 강변의 고삐풀린 황소, 남폿불도 나온다.

어디에서 보아도 물이 보이는 진메마을 사람들의 아름다운 시절이 짙은 여운으로 다가선다.

시인의 이 산문집은 갖가지 추억을 더듬어 섬진강에 바친 아름답고 순정한 연시다. 사라져가는 것들, 변해가는 것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글을 더욱 생생하게 뒷받침해주는 사진작가 황헌만씨의 사진 120여컷도 넉넉하다.

시인은 "한 마을이 생겨나서 몰락 직전까지 다다른 슬픈 역사를 겪고 아는대로 기록해둬야한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했다좭고 밝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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