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출신 신예소설가 임선씨가 첫 장편소설 '바람집'(한겨레신문사 펴냄)을 출간, 새로운 작가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경산출신으로 효성가톨릭대 심리학과를 나온 그는 93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그네'가 당선돼 등단했다. 중편 '열쇠'와 단편 '내가 외친 소리에게' '집' 등 몇몇 단편이 작가이력의 전부지만 새로운 소설문법을 열어가려는 의욕이 엿보이는 작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장편 '바람집'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수법이나 소재, 선명한 주제등에서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작가는 전화방 '바람집'이라는 폰섹스영업장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미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리3호'라는 예명을 가진 미진의 일터는 일그러진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많은 남자들이 모여드는 공간. 남자들은 '달의 노래' '사마귀의 눈' '찢어진 우산'처럼 자기이름을 감추고 갖가지 익명으로 미진과 접속한다. 그녀는 외롭고 일그러진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우울한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하루 일과를 보낸다. 작가는 뭇 남자들이 털어놓는 은밀한 사연을 통해 허위적 욕망과 고립되고 단자화된 개인에 대해 해석을 가하고 부각시킨다.
작가가 의도한 소설의 또 다른 줄기는 미진의 이야기다. 미진은 늘 정신적 상처들에 쫓기는 여성이다. 미혼모로 일찍 세상을 뜬 어머니와 무뚝뚝한 오빠, 만년 고시생으로 사회적 부적응자인 남편의 틈바구니에서 생겨난 불안과 결핍으로부터 그녀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같은 경험은 미진으로 하여금 환각과 현실을 혼동하게 만들고 왜곡된 성격을 잉태시킨다. 결국 미진은 '무겁고 칙칙하고 음험한 그 눈빛'에 쫓기는 환각속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다 자살에 이른다.
'바람집'은 임씨의 독특한 소설구성능력을 보게 하는 작품이다. 내용적으로는 미진이라는 인물형을 통해 현대인의 비극적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미진의 현재와 과거, 환각의 세 줄기를 순차적으로 교차시키는 소설구성을 통해 환각, 강박관념 등 모든 현대인의 무의식세계를 들여다보고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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