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경영진단조정위원회가 8일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시안은 부처 통폐합 등 대폭적인 수술보다는 부처간 중복기능의 교통정리와 집행기능의 지방 및 민간이양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소폭 개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공직사회의 불필요한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대폭 수술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경영진단조정위의 설명이다.
아울러 공무원 채용제도를 개선해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의 30%를 개방형 임용직으로 바꿔 민간인의 진입을 허용하고 하급직 공무원의 선발권을 각 부처 장관에게 넘기는 등 소프트웨어 즉 운영시스템의 개선은 획기적인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번 시안은 각 부처의 기능조정 및 통폐합과 관련해 미묘한 사안은 복수안을 제출, 앞으로 정부의 최종안이 마련될 때까지 각 부처의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될 여지를 남겨놓음으로써 정부조직개편의 당초 원칙과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예산편성권의 소속문제에 대해 3가지 안을 제시한 것이다. 1안은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을 통합해 국무총리산하 기획예산부로 개편한다는 것이고 2안은 예산청을 기획예산위의 내부조직으로 하거나 지금과 같이 산하 청으로 두는 방안, 3안은 기획예산위의 재정기획기능과 예산청을 합해 예산부로 만들고 대신 기획예산위의 정부개혁실을 떼내 대통령 직속의 정부혁신위원회로 개편하는 것이다.
재경부.기획예산위는 벌써부터 자기 부처가 예산편성권을 가져야 제대로 된 경제.재정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며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최종안 작성 과정에서 치열한 로비가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공동여당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내각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정부조직개편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느냐 내각제로 바꾸느냐에 따라 정부조직의 형태와 운영시스템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내각제 개헌이 이뤄졌을 경우 총리의 위상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총리실의 기능은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고 내각 역시 정치인 장관이 들어서게 되면서 기존의 형태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내각제로 바뀐다면 또 한번의 정부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고 이는 공무원조직을 또한번 흔들게 되는 꼴이다. 내각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구태여 정부조직개편이란 큰 일을 벌여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정부조직 경영진단에 착수하면서 이같은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듯 하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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