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祝祭와 蓄財

포항시 북구 학천리에서 출토돼 어저께 공개된 6세기경의 목이 긴 항아리에 새겨진 어깨춤추는 남녀의 사진 한장이 오랜만에 말끔한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해 누구나 상쾌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서툴지만 두 남녀의 몸 동작 하나하나에서 풍기는 고아한 자태는 꾸밈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고졸미(古拙美)의 극치로 보는 순간 IMF한파에 움츠러든 모든 어깨들이 쫙 펴지는 느낌이다.

현대무용이 아무리 발달됐다해도 항아리에 그려진 이 동작을 크게 벗어 날 수는 없을게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예나 지금이나 가장 확실하고 순수한 바탕이기 때문에서다.

서강대 이정우교수도 그의 신간 '가로지르기'에서 『나에게 내 몸은 가장 기본적인 확실성이다. 나의 생각은 때로 나를 속이지만 내 몸은 나를 속이지 않는다.

나는 곧 나의 몸이다』고 해 지나친 사고에의 의존을 경계하고 있다.

봄을 맞으면서 갖가지 축제가 시작됐다. 청도 소싸움 축제를 비롯 고령의 딸기축제, 칠곡의 아카시아 벌꿀축제, 비슬산 참꽃제, 소백산 철쭉제, 경주 전통주 떡축제, 안동 탈춤축제, 영양의 송이축제, 달구벌축제 등 한해동안 대구 경북지방에서 열리는 축제만 해도 30여개를 웃돈다.

이런 축제들이 자칫 축제를 위한 축제에 머물거나 어거지 축재(蓄財)가 되어서는 안된다. 벌써부터 축제를 둘러싼 잡음들이 나온다. 주최측은 표를 강매하고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축제가 사람들을 위한 축제라면 외국의 전통있는 축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포항에서 출토된 항아리에 그려진 그런 어깨춤 덩실거리는 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망둥이가 뛰니까 전라도 빗자루도 뛴다』는 그런 축제는 무거운 어깨를 더 짓누르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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