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연금 연기론 또다시 "예정대로..."

여권이 각종 정책결정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를 둘러싼 불편한 관계때문인지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조직개편문제를 비롯 국민연금 확대실시문제 등 각종 정책기조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2일 국민연금 확대실시문제를 놓고 정부, 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혼선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강행론과 연기론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던 국민연금 실시문제는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연기검토쪽으로 가는 듯 했지만 고위당정회의를 거치면서 4월 실시쪽으로 180도 방향을 바꾼 것이다.

혼선의 발단은 당쪽에서 시작됐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들은 11일 저녁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주례당무보고가 끝난 뒤 '연기론'을 제기했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반대여론이 높기 때문에 16대 총선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중"이라고 말했고, 또다른 고위당직자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김대통령이 주례보고에서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자민련과 협의해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지시한 점을 들어 연기론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여권의 국민연금 연기론은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즉각 비토를 놓으면서 없던 일로 돼버렸다. 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일을 추진하다보면 무조건 자기이익을 생각하는 측에서 다른 의견을 내거나 반대도 한다"며 일침을 놨다. 김총리는 또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부장관에게 "국민연금 확대실시는 당초 방침대로 4월1일부터 실시될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조직 개편문제에 대한 신경전도 계속됐다. 이날 회의에서 국민회의 박광태(朴光泰)제2정조위원장은 "공직사회의 충격이 없도록 신속히 마무리하자"고 기획예산위에 힘을 실어줬으나, 자민련 이상만(李相晩)제2정조위원장은 "내각이 있는데 왜 청와대를 늘리는가"며 반감을 표시했고, 같은 당 정일영(鄭一永)제3정조위원장은 "내각제를 하면 어차피 개편이 필요한데 2, 3차 개편을 해야 하는가"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 여당이 이처럼 각종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정치적 고려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특히 지역민심을 외면할 수 없는 여당의원들로서는 국민생활과 직결된 국민연금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철저한 사전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잣대로 정책문제에 접근할 경우 공동정부라는 성격상 당정간의 미묘한 시각차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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