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북비료지원은 '상호주의' 파기"

지난 11일 대한적십자사(한적)의 국민모금 형식을 통한 대북 비료지원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입장을 공식화하고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자 정부가 당황해 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15일부터 시작되는 한적의 국민모금운동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호응해 줄 것을 기대하고 정부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비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대북 비료지원 반대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이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상호주의 포기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창화(鄭昌和) 박근혜(朴槿惠) 김용갑(金容甲)의원등 한나라당 58명으로 구성된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15일 오전 성명을 내고 민간지원을 빙자한 정부의 대북 비료지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북 비료지원은 북한동포를 볼모로 이산가족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던 대북 상호주의의 원칙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며 지나친 친북정책"이라며 모금운동 중단을 촉구하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 정부가 한적을 통해 비료를 지원하려는 것도 정부가 직접 대북 무상비료지원에 나설 경우의 부담을 감안한 편법이다. 지난 해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차관급회담도 북측의 선 비료지원요구에 정부의 '상호주의원칙'이 맞서 결렬된 바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남북당국간 대화성사와 관계없이 우선 비료를 지원한다면 이를 정면으로 파기하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비료지원이 정부가 고수해온 상호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상호주의의 탄력적 적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대국답게 먼저 지원하면 북한이 반응을 보일 것이며 또 비료는 파종기인 4~5월을 넘기면 지원의 효과가 없다는 논리다.

또 비료지원이 '인도적 차원'이라는 한적과 정부의 주장 역시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일성(金日成)은 '비료는 쌀이고 쌀은 곧 사회주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우선 비료지원 방침이 '인도적 차원'이라는 미명 아래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남북당국간 회담의 성사를 위한 모양새 갖추기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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