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수화를 배우자

"당신의 왼손 주먹 위에 오른 손바닥을 얹어 가볍게 빙빙 돌려주세요. 그것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랑'이란 말입니다.

나도 당신을 향해 오른 손바닥으로 왼손 주먹 위를 쓰다듬듯 돌리면 당신은 금방 달려와 붉어진 얼굴을 내 가슴에 묻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같이 오른 손바닥을 가슴에 대었다가 앞쪽 우(右)로 크게 한바퀴 돌리면 영원히 함께 할 '우리'가 됩니다. 그 다음, 우리의 공통 언어인 웃음으로 우리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꽃피웁시다"

수필가 견일영선생님은 수필에서 수화를 이렇듯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수화를 배우고 싶었다. 손을 느리게 움직이면서 표정을 만들어 내어 감정을 전하면, 불쾌한 사연도 아름답고 따뜻하게 상대방에게 전달될 것 같아서이기도 하지만, 보다 큰 이유는 청각 장애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 수화 문맹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칠 전 아나운서 ○씨가 자기는 2000년도를 맞이하면서 뉴스를 진행하거나 MC를 볼 때, 청각 장애인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수화를 배우겠다고 말햇다.

지금도 중요 뉴스 시간에는 자그만 하게 곁들여 수화가 나가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젊은 아나운서의 갸륵한 소망에 마음으로부터 찬사를 보내며 그것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방송인이나 공인(公人)들, 그리고 우리 모든 사람들이 수화를 배운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 같다. 모든 국민이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자면 먼저 소외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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