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내정간섭이냐 통상압력이냐

한국내 미국 기업인 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한국의 투자 및 교역환경에 관한 99년도 연례보고서'를 통해 전례에 없이 강력한 개방확대를 요구하고 나서 이미 예견된 한·미간 통상마찰의 파고를 실감케 한다.

회계, 농업, 금융서비스, 의약품 등 23개분야에 걸쳐 작성된 이 보고서는 현정부 출범후 외국인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행정, 사법등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언론에까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지적재산권 위반자에 대해 법원이 현재보다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고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인식을 개선하기위해 언론이 잘못된 보도를 한 경우 같은 크기의 공개적 정정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또 미국은 자국자동차시장에대해선 부품 현지화 의무비율을 적용하면서도 우리나라 통신시장에 대해선 이를 적용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았고 농협도 수입품을 취급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이밖에 노동고용분야에선 법정퇴직금제 폐지, 노조를 부당노동행위대상에 포함, 원호대상자 의무고용제 폐지등을 담았고, 외국기업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정부기관 내규제정 요구 등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정간섭에 가까운 수준이다. 불공정한 내용들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보고서가 당장 미국의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론 대미(對美)통상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미리부터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슈퍼 301조의 부활 등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보고서가 미국의 통상압력 방향과 정도를 짐작케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에 대한 치밀한 대비가 미국의 통상압력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올들어 수출이 감소추세에 있는데다 미국에 앞서 유럽연합(EU)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고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의 하나인 동남아시장이 경기침체로 구매력이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우리의 수출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IMF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통상문제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은 매우 위축돼 있다. 그러나 수출이 아니면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없는 절박한 우리의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든 이같은 압력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부당한 간섭은 이해를 시키고 경우에 따라선 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통상외교도 펼쳐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국제기준에 맞는 제도 개선과 함께 미국처럼 기업과 정부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압력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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