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개정판

진보적 좌파 예술사학의 대표적 명저로 많은 독자를 확보했던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개정판(전 4권)이 25년만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왔다.

헝가리태생 예술사회학자 하우저(1892~1978)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부터 20세기초 영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서양문화를 해박한 사회사적 지식을 동원해 독특한 시각으로 총정리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51년 영역본으로 처음 출판된후 53년 독일어 원본 초판이 간행된 이 책은 당시 서구 지식인사이에서 은근한 인기와 명성을 누렸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66년 계간 '창작과 비평' 제4호에 번역, 연재되면서부터. 당시 국내출판계는 각종 금기에 묶인 상황이어서 서구 예술사학계의 동향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처음 국내에 소개되자마자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유럽예술사학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되다시피 했다.

당시 백낙청교수가 마지막 장인 '영화의 시대'부분을 번역,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게되자 영남대 염무웅교수가 가세, 제7장 '자연주의와 인상주의'를 8회에 걸쳐 연재했다. 책으로 묶여져 나온 것은 74년 도서출판 '창작과 비평사'가 출범하면서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현대편'이라는 제목을 달고 '창비신서' 제1권으로 출판돼 독서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76년 '고대·중세편'에 이어 80·81년 '근세편'으로 완간됐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출간될 때만 해도 우리말 읽을거리가 워낙 귀했던 시절이어서 19세기이후 서양문학과 문화를 제대로 개관한 책을 찾기 힘들었다.

또 평범한 개설서가 아닌 해박한 지식과 높은 안목으로 서술한 역작이어서 국내독자들의 교양쌓기에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이 독자들의 주목을 끈 더 큰 이유는 당시 국내 정치상황과 맞물려 있었다. 루카치를 비롯 당시 금기시됐던 여러 사상가, 비평가, 예술사가들을 은연중에 대변하는 역할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상황이 크게 바뀌어 하우저가 다른 저자들의 몫까지 대행하던 기능은 거의 없어졌다.

루카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저서를 함께 읽으면서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가 자유롭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책의 값어치가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낙청교수는 개정판 서문에서 "본문중에 예술작품 도판을 새로 넣어 책의 이해를 돕게된 것이 개정판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초판출판당시 갈급한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구분한 시대와 부제를 되돌려놓는 등 원서를 충실하게 따랐다"고 밝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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