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분리불안장애

3월은 신학기. 매년 많은 어린이들이 이맘때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또 상급생으로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된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나이에는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귄다는 기대감으로 즐거움도 커지만 의외로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다.

새로운 환경에 대해 어른보다 어린이들이 훨씬 쉽게 적응한다지만 어떤 아이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치원이나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태도도 보인다.

대구시 남구 모 초등학교 2학년 박모(9)군. 지난해 입학 첫날 학교에 다녀온 후 다음날부터 학교 가기를 꺼려 부모들이 온갖 방법으로 달래 간신히 1년을 보냈지만 2학년이 된 올해 또 학교가는 것을 싫어해 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매일 밤이면 "내일은 꼭 학교에 가겠다"고 다짐도 받아 보지만 그 다음날 아침이면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지금까지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은 날 오후가 되면 아픈 증상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박군은 집에 있는 동안에는 엄마의 곁을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심지어는 시장에까지 따라 다니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교문 앞까지 바래다 주며 마중갈 것을 약속하며 박군을 등교시켰다. 그러나 때마침 일이 생겨 마중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박군은 또다시 등교를 거부하며 엄마와 함께 있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 이전보다 증상이 심해져 복통·두통을 호소하며 밥을 먹지 않거나 잠도 엄마 옆에서만 자려는 습성까지 생겨났다. "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느냐"는 물음에 "엄마가 사고날까 봐"라고 대답한다.

전문의들은 이런 아이를 '분리불안장애'로 진단한다. 예전에는 '학교공포증' 또는 '학교거절증'으로 불리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교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불안은 1세 미만의 아기에서 '낯가림'으로 나타나며,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때도 증상이 종종 있지만 정상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정도가 심할 때는 공부나 친구관계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치료를 해야한다.

이같은 '분리불안장애' 증상은 대개 과잉보호 경향이 있는 가정의 아이에서 잘 나타난다.

증상이 가볍고 기간이 짧은 경우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달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부모의 양육방식을 포함한 병의 발생기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차츰 부모로부터 분리를 시도하는 등의 행동치료가 요구된다.

어머니가 학교에 바래다 주는 거리를 차츰 줄이거나 심부름 보내기, 잠자리 분리를 해 보고 좋아지지 않는다면 가정에서 약물치료를 해야한다. 증상이 심해 장기간 결석을 하는 경우라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학교는 처음 있는 가정외 생활로 학습뿐만 아니라 친구 사귀기, 단체생활 경험 등을 위해서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부모의 관심아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때 아이들은 가정과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독립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도움말:경북대병원 정신과 정성훈 교수. 053-420-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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