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美 금창리 협상타결 의미

보름 이상의 줄다리기 끝에 뉴욕에서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북·미 금창리협상의 뼈대는 당초 예상대로 미국이 금창리시설에 대한 현장접근권을 따내고, 북한이 식량지원을 받아낸 것으로 압축된다.

미국은 협상초기 단계부터 금창리시설의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만족할 만한 방문 횟수를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북한을 압박, 오는 5월과 내년 5월 등 2차례의 복수방문 요구를 관철시켰다.

미국은 이에 더해, 필요할 경우 추가 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합의문에 못박음으로써 사실상 무제한적 방문기회를 얻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1차방문과 2차방문 사이에 1년간 공백기간이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1차방문으로 문제 시설의 핵관련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나머지 추가방문은 안전장치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양측이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1차 방문단은 미행정부 관련부처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가 될 전망이다.

방문단은 금창리 시설에 대한 단순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관련시설의 현재 및 미래의 핵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사활동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러나 금창리의 현장접근권을 따내는데 대북식량지원이라는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는 북한이 벼랑끝 협상을 통해 얻어낸 과실이기도 하다.

미국은 처음부터 금창리는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야한다는 방침에 따라 보상의 개념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식량지원을 북·미 합의문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명분'을 살렸다는 지적이다.

미국측은 지난해 9월 북·미 고위급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르면 이달말쯤 별도의 발표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50만~60만t 안팎의 인도적 대북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측에 제공될 식량지원에는 북한의 시범적 농업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씨감자1천t 지원과 감자증산 운동에 투입될 노동인력을 위한 10만t의 별도 식량지원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농업개발 프로젝트 식량지원은 미국정부가 아닌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미국의 식량지원을 따내는 동시에 금창리 시설공개에 따른 정치, 경제적 혜택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북·미는 합의문에서 "양국간 정치·경제 관계개선을 위한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 앞으로 양측간 외교관계 개선과 경제제재 완화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물론 북·미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과 경제제재 완화는 제네바 합의에서도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 대목이다.

그러나 양측이 이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한 의미는 지난해 북한의 금창리 핵개발의혹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정치, 경제적 논의가 '동결'됐던 것이 복원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한동안 잠복상태에 있던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문제, 미국내 북한 동결자산의 추가 또는 전면 해제, 북한 농업자원 개발 및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허용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번 북·미 합의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양측이 오는 29일 평양에서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금창리 핵문제에 이어 미국측이 대량 살상무기 비확산의 일환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사일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는 의미에서 한반도 냉전체제 종식을 위한 대장정이 본격 궤도에 올랐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양측간 미사일 협상은 96년 4월과 97년 6월 베를린에서, 98년10월 뉴욕에서 열렸으나 북한이 미사일 수출중단의 대가로 3년간 10억달러씩의 보상을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해왔다.

결론적으로 북·미간 금창리 협상타결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첫 걸음인 셈이며, 이는 양자간 미사일협상과 이달말 완성될 페리보고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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