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상이 재협상을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끝에 일단 타협점을 찾았다.그러나 황금어장의 상당부분을 일본에 내준 이번 협상을 지켜 본 어민들은 끝내 설자리를 잃고 감척 신청을 하면서 하나, 둘 어촌을 떠나고 있다.
한일어업협상 이후 활기를 잃은 포항, 영덕, 울진, 동해안 어업전진기지를 찾아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어민들의 절박한 소망을 들어본다.
오징어, 대게 잡이로 유명한 동해안 구룡포읍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일본강점 직후 일본인 사업가 도가와 야사브로(十河彌三郞)에 의해 만들어진 구룡포항은 70년대초만 하더라도 동해안 최대의 어업전진기지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신 한·일어업협정으로 어장이 대폭 감소한데다 IMF까지 겹쳐 구룡포항이 휘청거리고 있다.
일요일인 14일 오후 구룡포읍. 종전 이맘때쯤이면 부둣가는 대게, 오징어, 가자미 등을 잡으러 나가기 위해 출어준비를 하는 선원들로 시끌벅적할 때다. 토·일요일에는 어판장이나 인근 횟집, 시가지는 지역사람과 외지 관광객, 선원, 낚시꾼들로 북적댔 었다.
그러나 부두에는 출어를 포기한 선박들로 꽉 찼다. 단지 몇몇 소형 선박만이 앞바다에 출어하기 위해 그물손질을 하고 있었다. 수협 위판장은 물론 인근 횟집, 식당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겨 썰렁했다. 20년간 배만 탔다는 이팔용(65)씨는 "출어하고 싶어도 출어를 못하니 이제 이곳을 떠나야죠"라며 정부의 보상금이 나오면 도시로 떠나겠다고 말한다.
근해 자망협회 김경호(68)회장은 "지금껏 구룡포를 먹여 살린 것이 오징어, 대게, 가지미였는데 대게, 가자미 어장은 전멸, 오징어는 50%를 잃었다"고 말했다.
구룡포 영일수협이 올해초 추산한 연간 위판액은 오징어가 305억원, 대게 148억원, 가자미 116억원 정도. 이것은 전체 위판액 670억원의 85%를 차지한다. 또 위판액 670억원은 구룡포 경제의 70~80%를 차지하는 주 소득원이다. 그러나 이번 어업협정으로 연간 위판액의 50%이상이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결국 구룡포읍 전체 수입의 절반이상이 감소하는 셈.
구룡포읍의 인구는 현재 1만5천여명.(60년대만해도 2만6천여명에 이르렀다) 이 인구의 80%정도가 어민 또는 횟집·선박수리·가공공장 등 어업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
한편 일본 EEZ내에서 조업을 해오던 선박 200여척중 100척이상이 출어를 포기하고 있다. 출어해봤자 선원임금, 유류대, 그물비 등을 빼고나면 손해이기 때문.
요즘 구룡포에서 가장 관심있는것은 정부 어민피해 보상과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 지이다. 선주들은 과연 자신의 배가 정부의 감척대상에 포함되느냐, 얼마까지 보상해 주느냐에 신경이 곤두서 있고 선원들은 보상액이 얼마나 나올까 걱정하고 있다. 어업 관련업에 일해온 사람들도 출어선박이 줄고 위판량이 줄어듦에 따라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할지 갈등을 겪고 있다.
어민들은 "이번 한·일어업협상은 '철저한 준비를 한 일본'과 '전혀 준비가 안된 한국'이 싸운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