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각제 혼자만 조용한 이유

ROTC 강연석상서 답변

김종필(金鍾泌)총리가 16일 고르바초프 전소련대통령의 인생역정을 빗대 내각제 개헌 의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말을 아끼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총리는 이날 저녁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학군사관후보생(ROTC) 서울클럽초청강연석상에서 참석자인 한 현직언론인으로부터 "세간의 최대 관심사는 내각제가 과연 되느냐 하는 것이며 김총리가 내각제를 포기했다는 오해도 있는 데 솔직한 대답을 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김총리는 이에 대해 "대선전의 내각제 약속을 변경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나 아직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며 고르바초프의 사례를 들어 "그가 세계사를 돌려놓는 데는 공헌했으나 자기 스스로는 쇠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글라스노스트(개방)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앞질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총리는 "개혁이란 말보다 선행되거나, 말과 거리를 갖지 않아야 하며 말이란 입밖에 내놓으면 제지가 안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한뒤 "지금도 (내각제 관련) 맘대로 만들어진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못마땅해 했다.

또 김총리는 "솔직히 말해 움직일 수 없는 약속을 하고 대선을 치러냈고, 양당이 대통령을 공동으로 모시고 정권을 맡았다"며 "현재 속과는 다른 무관한 소리들이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 최근의 내각제 개헌 연기 발언들에 간접적인 경고를 보냈다.

김총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무릎을 맞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궁금해도 기다려 달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총리의 이런 답변은 내각제 개헌을 개혁적 의지로 추진하되, 상황이 어느정도 무르익을 때까지는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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