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한마디로 '이상은 좋으나 현실성은 없는'참고용 정도의 수준이다.
민주주의에서 투표에 참여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주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세계적으로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이를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연관시키기도 하고 시민시대의 도래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과태료라는 강제규정으로 극복하려 한다면 이는 손으로 태양을 가리려는 행태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더구나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정치적 의사표시이다. 우리나라처럼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투표하는 것은 하나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호주나 멕시코등의 두나라가 실시하고 있다고 해서 여건과 국민적 정서가 다른 우리나라도 실시 해본다는 발상은 너무도 현실여건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정치자금법 관련 개선책 또한 탁상공론적인 점이 없지 않다. 3억원 이상 기업에 대한 법인세에서 1%를 정치자금으로 의무적으로 기탁한다는 발상이 문제다. 물론 의도는 좋다.
여당 쪽으로 편중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학연 혈연 지연으로 얽혀있고 의리등을 중시하는 아시아적 가치가 살아있는 곳에서는 소위 '눈도장'이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법인은 법인대로 하고 또 개인은 개인대로 하는 2중의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현행제도하에서도 대부분은 2중의 정치자금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개혁을 한다는 선관위안이 '법인세 3억원 이상 의무적'이라는 규정을 두어 오히려 그 고통의 범위를 넓혀 놓았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깨끗한 정치풍토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기업인의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을 의무화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는 일인 것 같다. 정치불신이 심각한 한국적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일부 경제인은 벌써 "정치가 경제를 망치고 있는 데 왜 우리가 정치자금을 내야 하느냐"하는 항변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자금에 관한한 법적인 장치보다 오히려 법의 운용이나 정치권력의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조치가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선거를 관리해온 선관위의 현실인식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정치의 개혁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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