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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김원우(소설가·계명대 교수)

현세 인류를 규정하는 말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누구나 다 아는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능력을 가진 지성인이라는 뜻이고, 생물학적으로는 직립인(直立人)이며, 분업과 분배를 실현시킨 경제인이기도 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며, 오늘날의 찬란한 전자문명을 이룩했다는 점에서는 호모 파베르 곧 공작인(工作人)이기도 하다.

어떤 규정도 인간의 특질 중 하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또다른 '천년왕국'을 눈앞에 둔 이른바 새로운 밀레니엄 세대인 신인류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대량소비를 적극적으로 생활화하는 '소모인'으로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소비자'라는 기왕의 용어가 있긴 하나 어감이 다소 다를뿐더러 '소모전'이라는 말도 있는만큼 '소모인'이라면 신인류의 특성 중 하나를 웬만큼 집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적당한 소비는 오늘날의 범세계적 경제구조와 그 전반적 매커니즘을 감안하면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쉽게 말해서 사람이 편하게 살자고 오늘날과 같은 화려한 지구문명을 만든만큼 소비 자체가 미덕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소비성향은 어차피 낭비를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이 낭비현상은 일상중에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핸드폰으로 하찮은 정보를 주고 받는 말의 낭비도 그중 하나다.

이런 낭비가 인간의 품위를 일정하게 떨어뜨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말을 줄이면 지구환경의 보존을 위해서 일체의 낭비 및 소모를 조금씩이라도 줄여가는 그것이 신인류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도덕적 과제이다.

〈소설가·계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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