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부패와 여야의 역할교대

얼마전 98년도 국회의원 후원금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이를 보면 IMF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의 주머니 사정은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위 10위까지를 국민회의가 차지하였다는 점이다. 2억원이상 증가한 51명의 의원들 중 국민회의가 34명, 자민련이 12명, 한나라당이 5명을 차지하였다.

이를 보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그러나 내가 볼때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일견 쉽게 예측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현존 정치구조 내에서 돈은 권력이 있는 곳으로 몰리게 돼있고, 국민정부 출범 이후 바로 그 구조자체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재산변동에서 권력실세에 근접하는 집권여당이 압도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개발독재하에서 한국정치는 부패사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각종 개발 및 이권 배분, 나아가 은행대출을 둘러싸고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정부관료, 정치인, 이익집단, 대기업 간에는 부패의 사슬이 형성되었다.

특별히 정치가들은 이러한 배분과정에서 직·간접적 영향력 행사를 대가로 정치자금을 조달하여 왔다. 기업과 각종 이익단체들은 정부관료 및 정치가들과 유착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대가로 각종 특혜를 향유하여 왔다.

어떤 점에서 민주화란 바로 이러한 부패의 구조를 척결하여 권력에 돈이 꾀지 않도록 하고 돈 안드는 선거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50년만의 야당정권에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였을때, 그것은 50년동안 야당의 설움을 거울삼아 과거의 부패구조를 척결하여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데 대한 기대에 다름아니었다.

그러나 50년만의 정권교체의 의미는 퇴색하여 가는 듯 싶다. 현여당은 구여당의 특권적 지위에 이미 적응하여 가는 것처럼 보인다.

유감스럽게도 국민정부 이후 깨끗한 정치 혹은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거의 없었다.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을뿐 여당과 야당의 불평등한 관계, 여당과 야당 모두의 체질이 바뀌는 구조적 전환은 없었다는 것이다. 부패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여당과 야당의 역할교대만 있었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정부와 여당은 집권당 프리미엄이 없는 구조, 나아가 '돈 안드는'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한 일대 전환을 단행하여야 한다. 집권여당은 정치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서의 우월한 지위에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야당시절을 되돌아 보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여당의 우월한 위치를 '십분활용'하고자 하면 이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야당 역시 다시 여당이 되어 과거의 특혜로 돌아갈 것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한다.

부패에 '몸을 담그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 자체를 혁신하지 않는다면, 즉 돈이 없어도 혹은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정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정치의 선진화는 달성될 수 없고 기존의 부패구조에 끌려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우리사회는 부패가 일탈이 아니라 관행이다. 어쩌면 구조이자 문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패공화국'이라는 표현과 같이, 부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하나의 '생활양식'이라고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비리가 적발되어 처벌받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패를 이유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항변하게 된다.

이러한 혼탁한 문화가 재생산되는데 지금까지 정치가들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정치가들이, 특별히 집권여당이 이러한 부패문화의 척결에 앞장서지 않는다면 50년만의 야당정권이라는 표현은 역사적 의미가 아니라 하나의 수사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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