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지자체교류 정부차원 지원"

19일 방한한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20일 매일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일월드컵 공동개최와 신한일어업협정, 대구·경북지역과의 교류협력 확대 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 붐 조성과 양국간 우호증진을 위해 공동 이벤트를 개발하고 두 나라 개최 도시간 결연을 맺어 교류협력을 강화할 의향은 없는지요. 또 2,3 경기를 북한에 할애한다는 한국 측의 계획에 대한 일본 측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월드컵 공동개최는 월드컵 사상 최초이며 그 성공은 일한의 역사에 큰 협력의 성과로 기록될 것입니다. 우호·협력의 증진을 위해 국민 각층의 폭넓은 교류나 다양한 문화교류사업 등을 추진해 가는 것이 긴요하며 본인으로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월드컵을 계기로 각 자치단체의 주도 아래 교류의 확대가 기대되며 정부로서도 가능한 한 지원해 나가려 합니다.

북한을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서 참여시킨다는 계획의 의의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실현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가가 과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어민들은 신한일어업협정이 일방적으로 우리측에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남지역 어민들의 피해가 막대해 반발의 강도가 높습니다. 추가협상 용의와 바람직한 해법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독도문제에 대한 총리의 명확한 입장도 밝혀 주십시요.

▲신어업협정이 발효된 것은 일한 양국관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본인도 외무대신시절부터 관련돼 왔던 만큼 감개무량합니다.

이번에 생긴 문제는 현재 합의의 틀을 근거로 하면서 매듭을 지을ㄹ 수가 있어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쌍방의 노력을 통해 200해리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어업질서를 확고히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누차 밝혀온 바와 같이 다케시마(竹島)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은 일관돼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양국간에 끈기있고 냉정하게 협의를 거듭하여 노력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제시대 때 약탈해 갔거나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한국문화재가 많습니다. 일본에 있는 한국문화재는 2만9천637건으로 전체 해외 반출 문화재의 45.7%에 이릅니다. 한국문화재 반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한국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이를 공개하거나 편의를 제공할 의향이 있는지요.

▲1965년에 체결된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에 근거, 한국유래 문화재가 이미 인도됐으며 본 건은 법적으로는 해결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 정부는 우호친선 촉진이라는 관점에서 1991년 '고(故) 이방자여사(영친왕비)로부터 유래하는 복식 등의 양도에 관한 일본국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간의 협정'을 체결하여 유물을 한국에 기증했습니다.

민간차원에서도 최근 1994년에는 칸사이(關西) 독지가 소유 고분출토품을 기증했으며 1995년의 테라우치(寺內)문고 소장 서화류도 기증했습니다. 어쨌든 작년 10월 김대중대통령 방일 이래 양국간 문화면에서 교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일간 교류 확대로 지역민들의 일본 방문이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대구에 영사관이 없어 비자발급 등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대구에 영사관이나 일본문화원 등을 개설할 용의는 없습니까.

▲총영사관이나 공보문화센터를 한국의 주요 도시에 개설, 지방에서의 활동을 넓혀갈 수 있는 것이라면 교류확충을 위해서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대사관·공보문화센터, 부산의 총영사관 외에 2년 전에는 제주의 출장주재관사무소를 정규 총영사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또한 작년 가을에는 지방 최초로 대규모의 종합 일본 소개 주간(週間)이 광주에서 개최됐습니다. 앞으로도 인적교류의 저변을 넓혀가기 위해서 지방활동도 가능한 한 강화해 가려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장수로 건너왔다가 조선에 귀화한 사가야(한국명 김충선)라는 사람의 후손들이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이라는 부락에 집단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조상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또 양국간 우호교류 차원에서 많은 일본인들이 이 곳을 방문하도록 하고 이들의 일본 방문도 주선할 생각은 없는지요.

▲존경하는 고(故)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씨의 저서 "한(韓)의 나라 기행"에 의해 동인(同人)이 한국에 귀화해 모하당 김충선장군(慕夏堂 金忠善將軍)이라는 이름으로 큰 공을 세운 것과 자손이 지금도 우록동에 거주하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도 알려져 있습니다. 모하당 연고의 녹동서원에는 이미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방문했으며 이 곳의 기념관에 있는 방명록에는 일본인의 이름도 다수 기록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역사를 포함해 서로 한 나라에 관한 일을 보다 더 잘 아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지방매력을 안다는 의미에서도 일본인이 그곳을 방문하는 것은 의의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일정상 녹동서원에는 갈 수가 없습니다. 다만 대구 근교의 해인사를 방문해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잠견(暫見)하고 명찰(名刹)속에서 조용히 한국문화에 젖어보고 싶습니다. 해인사는 NHK 교육프로인 '한글입문'의 교과서에도 언급되는 등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본인의 방문을 통해 해인사, 나아가서는 대구를 비롯해 근교 지역이 일본국민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질 수 있게 된다면 기대 이상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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