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은 정부 구현 없었던 일로

지난 4개월간 공무원사회를 크게 뒤흔든 정부조직개편이 지난해 2월 실시된 1차 정부조직개편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뿌리깊은 부처이기주의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 민간경영진단팀이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은 이미 실종상태다.

내부 운영시스템 개선을 위한 개방형임용은 공직사회의 불안요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시행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어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기획예산위원회는 이번주들어 정부부처경영진단조정위원회가 제출한 건의안을토대로 2차례의 국무위원간담회를 갖고 국민회의 자민련 등 공동여당과 당정협의를거쳤다.

기획예산위는 이를 토대로 정부시안을 만들고 있지만 시안에 담겨질 내용은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동안의 의견수렴에 비춰보면 정부시안의 방향은 현재의 부처골격을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운영의 효율성을 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가장 큰 쟁점사안인 예산기능과 관련해서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을 합쳐 기획예산부를 신설하는 안과 현행대로 예산청을 재경부 외청으로 남게하는 안이 여전히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다. 예산기능 조정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간 정치적인 선택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통합도 업무분장을 명확히하는 선에서 현행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이나 해양수산부 폐지안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 이미 물건너 간듯이 보인다.

운영시스템 개선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1-3급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개방형임용도 책임행정 실현과 지나치게 공직사회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임용비율을 30%이하로 낮추거나 실행시기를 1-2년 늦추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기획예산위는 당초 19개 정부부처를 대상으로한 민간경영진단팀의 작업이 부처통폐합을 목적으로한 것은 아니며 과단위 직무분석을 통해 핵심기능 위주로 기능을 재조정하고 성과제도 도입을 위한 성과지표개발 등 운영시스템 개선에 중점을 두고있는 만큼 부처통폐합의 관점에서 이번 경영진단의 성패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처통폐합과 운영시스템개선이라는 두 의제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계돼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21세기 정보화·지식기반사회에 대비, 부처별 기능진단을 하면서 불필요한 기능은 없애고 그 결과로 조직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이 경영진단조정위의 건의안에 담긴 내용이었다.

경영진단작업에 참여했던 컨설팅팀 관계자는 부처이기주의로 조직개편의 당초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면서 공동여당이 내각제 개헌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직개편 시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장 공동여당의 한 축인 자민련은 내각의 권한을 위축시킬 수 있는 대통령직속중앙인사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행보도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해수부의 폐지는 경영진단조정위가 우선안으로 제시했으나 부산지역의 민심이반을 우려한 정치권의 당략으로 여야합의로 백지화된 상태다.

진념(陳稔) 기획예산위원장은 19일 개방형임용과 관련, 공직사회가 개방형임용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진 위원장은 고위직의 30%를 개방형으로 충원한다는 것은 공무원과 민간인을 공개경쟁케해 경쟁력있는 사람을 선발한다는 것이지 무조건 민간인으로 충원한다는 것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공직사회가 불필요하게 동요하는 것을 경계했다.

지난해 2월 실시된 1차 정부조직개편에서 정부조직은 2원 14부 5처 14청에서 17부 2처 16청으로 바뀌었지만 숫적으로는 35개 정부기관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에서도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2차 정부조직개편이 의도했던 '작은 정부' 구현은 운영시스템 개선에서나 기대해볼 수밖에 없게 됐다.그나마도 관료들의 뿌리깊은 보신주의로 운영시스템 개선안 조차 시행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어 지난 4개월간 행정공백의 논란속에 진행된 조직개편작업은 정부부문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만 증폭시킨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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