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현장-앨범홍보 대구 온 다니엘 리 '쇼 케이스'

모두들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다.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는 거리에서 듣는 첼로연주. 관객들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거나 벽에 기대야 했지만 어느 연주회장보다도 진지한 표정이었다.

21일 오후5시 대구시 동성로 레코드점 '타워레코드'(428-1560)에서 열린 첼리스트 다니엘 리(19)의 미니 콘서트. 100명 안팎의 관객들을 위해 '대니'(다니엘의 애칭)는 매장 한구석에 의자를 놓고 활을 잡았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제자로 알려진 천재 첼리스트를 보기 위해 몰려온 '공짜 관객'들을 위해 연주자는 한곡 한곡 연주를 마칠 때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냈다.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가 연주될 때는 활줄 몇가닥이 끊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연주가 끝날 때까지 연주자도, 관객들도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다니엘 리는 KBS교향악단과 협연을 위해 내한, 자신의 데뷔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대구시민들을 찾아왔다. 흔히 '쇼케이스(Showcase)'라고 불리는 이런 무대는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형태. 지난 97년 11월 세계정상급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도 타워레코드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무대지만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서비스하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화려한 연주홀 이상의 감동을 주고 있다.

대니는 이날 "첼로의 음색은 깊은 호소력이 있다"며 자신이 첼로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 느낌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져 관객들은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진달래꽃(김동진 곡)'에서 180도로 표정을 바꾸는 첼로의 무한한 표현력에 압도당했다. 대니는 앞으로 1년 가량 남은 미국 커티스음악원 교육과정을 마칠 때까지 공연스케쥴을 잡지 않을 계획. 당분간 레코드를 통해서만 그의 연주를 들어야하는 음악팬들로서는 그만큼 값진 무대였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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